(동양일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휴대전화 단말기 지원금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자 소비자들의 단말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이에 따라 단말기 분실과 파손에 대비해 보험에 드는 경우가 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단말기 분실이나 파손 시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월 일정 액수를 부담하며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고급 스마트폰을 잃어버렸을 때 재고가 없다는 이유로 더 낮은 사양의 단말기로 보상하는 경우가 빈발해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에 사는 회사원 이모(37·여)씨는 최근 휴대전화를 분실한 뒤 스마트폰 보험을 이용해 단말기를 새로 지급받았으나 부당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작년 6월 갤럭시S5를 개통할 때 SK텔레콤]에서 스마트폰 분실·파손 보험인 'T스마트 세이프 폰세이프3 고급형'에 가입해 매달 4900원씩보험료를 내온 이 씨는 단말기를 잃어버린 직후 분실 신고를 하고 보상을 신청했다.

보험 약관에 휴대전화 분실 시 동일한 기종으로 보상이 이뤄지며, 해당 단말기가 단종되거나 재고가 부족한 경우에는 동급이나 유사 기종으로 보상된다고 나와있는 만큼 이 씨는 당연히 갤럭시S5를 다시 받거나 성능이 유사한 단말기를 수령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휴대전화를 받으러 오라는 호출에 방문한 SK텔레콤 직영대리점에서는 이 씨가 쓰던 갤럭시S5 재고가 시중에 전무하다며 보급형 스마트폰인 삼성전자[005930] 갤럭시 알파, 갤럭시A5, 갤럭시A7, LG전자 G2캣6 등 4종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고 말했다.

이 대리점 직원은 이 씨가 분실한 일반 갤럭시S5가 아닌 갤럭시S5 광대역 LTE-A 단말기의 경우 물량이 일부 있지만 본사에서 내려온 지침은 위의 4종 가운데 선택하라는 것이라고 안내했다.

이 씨는 이에 "원래 쓰던 기종보다 사양이 너무 떨어져 도저히 고를 수 없다"고 맞섰으나 대리점 직원은 "처리불가 고객으로 등록해 보험을 못받게 하는 수가 있다"고 협박까지 했다.

직장에 복귀해야 해 더 이상 실랑이 할 시간이 없던 이 씨는 배터리 일체형이라 불편할 것 같은 갤럭시A5, 갤럭시A7 대신에 배터리가 2개 주어지는 갤럭시 알파를 '울며 겨자먹기'로 집어들었다.

이 씨는 "갤럭시 알파는 갤럭시S5에 비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부터 카메라 화소까지 모든 면에서 기능이 떨어진다"며 "프리미엄폰을분실했는데 보급형폰으로 보상해주는 줄 알았으면 단말기 분실 보험에 가입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선 대리점에서는 이런 사례가 비단 이 씨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동대문 인근에 위치한 SK텔레콤 직영점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보험으로 보상을 받을 때 많은 사람들이 원래 쓰던 기종보다 낮은 사양을 지급받아 불만이 높다"며 "이 때문에 고객들에게 분실 보상 보험엔 가입하지 말고 파손 보험에만 들으라고 권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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