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 실무접촉서 내달 20~26일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합의

▲ 남북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7일부터 이틀에 걸친 적십자 실무접촉을 통해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 면회소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오른쪽)과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이 악수를 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동양일보) 남북이 무박 2일로 진행된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 면회소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기로 합의하면서 '8·25 합의'의 첫 단추가 꿰어졌다.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성사됨에 따라 당국 회담 개최와 민간 교류 활성화 등 다른 남북 고위급접촉 합의사항 이행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남측이 제안한 전면적 이산가족 생사확인과 상봉 행사 정례화 등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북측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8.25 합의 이행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또 이산가족 상봉 시기가 다음 달 하순으로 결정됨에 따라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장거리 로켓 발사 움직임을 보이면 상봉 행사 자체가 위협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24시간 가까운 마라톤협상 끝에 합의서 도출 =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는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은 7일 오전 10시50분께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시작돼 23시간 20분만인 8일 오전 10시10분에 타결됐다.

남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과 북측 수석대표인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은 실무회담을 시작하면서 웃으며 악수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양측은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금강산 면회소에서 남북 각각 100명 규모로 갖자는데는 어렵지 않게 의견 접근을 봤지만, 상봉 시기를 놓고는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은 노동당 창건 70주년 전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을 우려해 다음 달 초에 상봉 행사를 개최하자고 주장한 반면 북측은 노동당 창건 행사 준비 등을 이유로 다음 달 10일 중순 이후 상봉 행사를 하자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이 상봉 행사 준비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북측의 주장을 수용하는 선에서 추석 계기 이산상봉 문제는 일단락됐다.

이번 적십자 실무접촉의 핵심 쟁점은 남측이 제안한 △전면적인 이산가족 생사 확인 △이산가족 서신 교환 △이산가족 고향방문 △상봉 행사 정례화 등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의 합의 여부였다.

북측은 실무접촉에선 이산가족 상봉 행사만을 논의하고 그 외 문제는 적십자 본회담이나 당국 회담에서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우리측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 방안을 합의서에 명시할 것으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양측은 이른 시일 내에 적십자 본회담을 열어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국 회담 개최도 속도 낼 듯 = 이번 이산가족 상봉 합의로 남북이 8월 25일 고위급접촉에서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합의한 당국 회담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당국 회담에서 우선 논의될 남북 현안으로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 방안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와 함께 △경원선 복원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건립 △북한의 천안함 피격사건 유감 표명 및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군사적 신뢰 구축 문제 등도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당국 회담은 남측의 통일부 장관과 북측의 통일전선부장 채널로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면한 남북 현안을 풀기에는 한동안 끊겼던 이른바 '통-통 라인'이 적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희호 여사의 방북 당일인 지난 8월 5일 북측에 당국 간 대화를 제의했을 때 회담 주체도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노동당 대남담당 비서)이었다.

당시 북한은 상부로부터 지시받은 사항이 없다면서 그런 내용이 담긴 남측 서한을 수령하지 않았다.

남측 국가안보실장·통일부장관과 북측 군 총정치국장·통일전선부장의 고위급접촉이 8·25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이런 방식의 '2+2 회담'이 재가동될 가능성도 있다.'

●북 장거리로켓 발사 여부 남북관계 핵심 변수 = 그러나 남북관계 불안요인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장 큰 변수는 오는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에 맞춰 북한이 위성발사를 명분으로 또다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할지 여부다.

북한은 광복 직후 김일성 주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공산당 서북 5도 당 책임자 및 열성자대회가 열린 1945년 10월 10일을 노동당 창건일로 기념해 왔다.

북한이 최근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동창리 로켓 발사장 내부의 증·개축 공사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동당 창건일에 맞춰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준비하는 구체적 동향은 포착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준비 움직임은 통상 발사일 3주 전부터 감지된다는 점에서 이달 중·하순부터는 장거리 로켓 발사대가 위치한 북한 동창리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준비하는 움직임에 포착되면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물론 남북관계 현안을 풀 당국 회담도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가 논의되면서 한반도 정세에 다시 먹구름이 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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