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묘순(편집국 취재부 기자 / 옥천지역 담당)

▲ 김묘순(편집국 취재부 기자 / 옥천지역 담당)

옥천의 전설에 등장하는 말(馬)이 정지용의 대표 시 ‘향수’에 어떤 말(言語)로 나타나는가?
‘넓은 벌 동쪽 끝으로’를 시작으로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로 마무리되는 이 시에 대한 평가는 학자마다 다양하다. 그러나 충북 옥천의 전설 ‘말무덤’과 관련해 연구된 바가 전혀 없다. 정지용의 작품 중 옥천 전설과 관련해 연구된 단 한 편의 작품도 보지 못 했다.
‘언어(言語)인 말’과 ‘말(馬)인 말’과의 관련이 정지용과 그의 시 ‘향수’에 전설과 영향을 맺으며 오롯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모더니즘, 산수시, 이미지즘 시인으로 연구됨도 옳지만 향토적인 전설과의 관계도 소홀히 할 수 없어 약술(略述)한다.
옥천에는 쏜 화살과 경주를 했던 말의 ‘말무덤’이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 백성이 괴롭힘을 당하자 당시 조정에서는 명나라에 원군을 요청했고 이여송이 이끄는 원병이 왔다.
이여송은 옥천안남면 피실 앞을 지나다 지기(地氣)가 성(盛)함에 시기심이 일어 산 정상에 쇠말뚝을 박아 지기를 끊고 신이 나서 자신이 타던 말을 시험했다. 쏜 화살과 말이 누가 더 빠른가· 화살의 방향을 놓친 이여송은 화살보다 늦게 달린 애마(愛馬)에 화가 나 말의 목을 베고 말았다. 순간 화살이 휙 날아와 그 자리에 박히고 말았다. 그는 자신의 경솔을 후회하고 말무덤을 만들었고 그 무덤은 지금도 피실 마을을 지키고 있다.
정지용이 태어난 곳은 말무덤과 5~10여리 거리에 있다. 그는 어린 시절 그곳에 대해 들었을 것이고 친구들과 어울려 그곳에서 놀았음직하다.
그는 이러한 전설을 그의 대표작 ‘향수’에 녹여냈다.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전설바다에 춤추는~’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로 그려진 이 작품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인 동시에 옥천 지역의 말무덤 전설과 아귀가 딱 들어맞는 작품임을 부정하기 어려운 것도 또한 사실이다.
옥천과 정지용을 연구하는 석학들은 정지용의 작품과 옥천의 전설과의 관계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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