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 수원대 교수 '戰友' 발표…안중근의사를 모델로 독립의식 고취

 (동양일보) 일제강점기 만주 일대에서 맹활약한 독립운동단체 '정의부'의 기관지인 '전우(戰友)' 3호의 전문(全文)과 이에 관한 연구결과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표됐다.

1920년대 만주지역 독립운동의 실상을 일본이 아닌 한국의 시각에서 보여주는 간행물이 공개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민족운동사' 83집에 '정의부 기관지 전우의 간행과 내용' 논문과 전우 3호 전문을 발표했다고 10일 밝혔다.

박 교수는 "당시 우리 시각에서 작성된 만주지역 독립운동에 관한 자료는 1910년대 신흥무관학교의 기관지인 '신흥학우보' 외에는 거의 없었다"며 "1920년대 독립운동가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과 생각을 직접 보여주는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전우'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부는 1920년대 참의부, 신민부 등과 함께 만주 지역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독립운동단체다.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 백송 지청천 장군, 일송 김동삼 선생 등이 정의부를 이끌었다.

1927년 1월 1일 발간된 '전우'는 3호만 원본이 남아 미국 하버드대 엔칭 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박 교수는 "그동안 일본에서 생산된 사료에 '전우라는 잡지가 있고, 어떤 내용이 있다'라고 소개한 부분이 있으면 이를 발췌해 활용했던 것이 전부"라며 "전문을 입수해 어떤 내용이 실려있는지 파악한 만큼, 독립운동가들이 만주지역 독립운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총 110쪽에 달하는 전우 3호에는 '시험기에 있는 우리민족', '한국민족의 활로' 등 민족과 독립운동 전반에 관해 서술한 글이 있다. '만주운동에 대한 착오관념을 버리라', '4월 회의 경과와 금후의 만주운동 여하' 등 정의부가 당면한 문제를 다룬 글 등 다양한 주제의 글들도 실렸다.

대한민국 건국강령을 만든 조소앙 선생은 '안중근의사 공판실기'를 번역해 전우에서 소개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는 만주지역의 독립운동가들이 지속적으로 안중근을 모델로 세우며 사람들을 고취시켜 독립운동을 이끌어가려고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상식란'을 둬 중국 입적을 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관련 서류를 알려주는 등 당시 동포들의 실생활에 필요한 내용도 소개했다.

박 교수는 전우가 남만주와 북만주 일대에서 전반적으로 구독된 데 더해 미주 지역에도 배포돼 동포들의 민족의식을 고취시켰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전우가 한국 독립운동사를 연구하는 다른 학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되기를 바라는 생각에 논문 외 전문도 한국민족운동사에 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은 만주지역 독립운동 연구가 일본 자료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돼 일본 논리에 따라 서술되는 느낌이 있었다"며 "만주지역 독립운동가들이 직접 기술한 이 자료가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생각과 고민, 독립운동의 현황 등을 정확하게 밝히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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