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의원)

이광희(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의원)

오늘은 자원봉사하는 날이다. 의원들마다 자신의 특기와 장점을 살려 자원봉사를 한다. 나는 숲 해설가로서 매주 우리 동네 생태공원 안내를 해왔으나 최근에는 일주일에 두 차례 어린이들의 도의회 방문안내를 하고 있다. 도의회는 늘 열려있는 공간이어서 학생들이 주로 찾는 체험학교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의회민주주의와 3권분립을 몸소 체험하고, 학교생활과 관련된 ‘학교숲조성 및 관리 조례’, ‘무상급식조례’ 등 자치법규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왜 필요한지도 확인한다. 이렇게 의회가 열리지 않는 날 오후에는 봉사활동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의회는 생계나 마을공동체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민원인들로 항상 분주하다. ‘주택가 골목 쓰레기 문제, 마을 공원정비 문제, 노후 아파트 내 어린이 놀이터 보수, 자주 일어나는 교통사고 해소방안 등’ 때론 공공부문 노동조합원들이 단체로 방문하고, 때론 농민들이 찾아온다. 상담만으로 해결되는 일은 없지만 의원들에게 하소연이라도 해보고 담당공무원들과 대면을 통해 해결방안이라도 모색하다보면 잘 풀리기도 한다. 의원의 하루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도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의회에 있는 회의실, 세미나실은 한 달 예약이 꽉 차있다. 언론사, 시민단체, 교수들이 의원들과 함께 각종 간담회와 공청회, 그리고 토론회를 수시로 열기 때문이다. 도의원은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할 수 있도록 토론회 예산이 책정되어 있어 매주 두 번씩은 의원주최의 토론회 열린다. 방과후학교 강사 문제, 수시 진학률이 70%인데 수능체제 지속여부 문제, 일 년에 70여개씩 건설되는 사방댐 문제, 저소득층 아파트 지원, 다문화 노동자 인권문제,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처우개선, 지역축제… 의회에서 열리는 토론회가 활성화 되다보니 지역 내 주요 의제들도 다양하고 풍성하다.
오늘 모 의원은 연구비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의원 연구가 한해에 한 번씩만 가능토록 예산이 묶여 있어서 벌어진 일이다. 의원 1인당 300만원, 5명이상의 연구모임은 500만원씩 연구비가 책정돼 있는데, 연구를 하겠다는 의원들이 너무 많아 선착순으로 신청해야 연구비를 겨우 받을 수 있다. 의원연구는 관심 있는 동료의원들과 지역 내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공동연구를 한다. 워낙 적은 예산이라 연구기관에 맡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의원이 직접 설문지를 들고 거리로 나가 여론조사를 하거나 포커스그룹인터뷰 등을 개최함으로써 실속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다. 그래도 의원들과 선의의 연구 경쟁을 벌인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의원연구에 의해 이루어진 조례가 현실적이고 실효적이라는 점에서 의원들의 연구비쟁탈전은 권장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얼마 전 전체의원 간담회에서 모 의원이 과로로 병원 신세를 지는 일이 있었다. 보좌진이 없어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하다보니 발생한 일이다. 이에 의원들의 업무에 도움을 주기위해 의회 직원들의 전담의원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 조치로 의원들은 현안현장을 찾아가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도민의 눈높이에 맞는 조례를 만들고 대집행부 질문 등으로 도민의 진솔한 의견을 여과 없이 대변하게 되었다.
요즘 지방의회가 활성화되면서 주민들의 표현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도의원 해 먹는다’라는 비아냥거리는 표현이었다면, 지금은 ‘도의원 하기 힘들지’라고 인사를 건넨다. 경로당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의정활동비로 생활은 되냐’고 걱정해 주셨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도의회가 도민의 권력이자 사회적 약자의 편이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역 언론의 평가가 있어 걱정스럽기도 하다.
오늘도 나는 도민의 편이었는지를 생각하며 하루를 마친다. 더 좋은 평가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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