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 홍명희 문학제 성료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20회를 맞은 ‘홍명희 문학제’에서 조정래 작가, 박재동 화백, 도종환 시인(국회의원)과 관객들이 함께 소설 ‘임꺽정’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마련돼 눈길을 모았다.

12일 청주예술의전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야기 낭독회’는 도종환 시인이 질문을 던지면 조정래 작가와 박재동 화백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충북과의 인연을 묻는 질문에 조 작가는 “아내가 청주여고 출신으로 청주는 처가 동네”라고 밝힌 뒤 “충청도 사람들은 느릴 뿐 아니라 은근과 끈기가 대단한 사람들이다. 일제 치욕의 세월 속에서 이름을 남긴 사람들이 가장 많았던 곳이 충청도로 우리 역사 속에서 지울 수 없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박재동 화백도 “충청도 사람들은 말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 굉장히 독특하고 문학적”이라며 “한참 들어봐야 알 수 있도록 말하는 어법이다. 1분에 끝날 것을 10분 동안 말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소설 ‘임꺽정’에 대해 조 작가는 “역사 속에서 설화가 되어버린 작품이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구할 수도 없고 읽을 수도 없었던 이 소설을 접하게 된 것은 80년대 중반. 조 작가는 “매일 최루탄이 터지던 상황 속에서 느닷없이 임꺽정이 튀어나왔다”며 “당시 태백산맥 1부 집필을 마칠 무렵이던 조 소설가는 임꺽정을 사서 부랴부랴 읽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임꺽정은 벽초가 가진 시대적 고민의 투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언젠가 통일이 오면 통일의 시점에서 분단 현실을 평가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 홍명희라는 한 인간에 질문을 던져 보고 싶었고, 그 질문에 제 스스로 응답해야 하기에 취재를 하며 많은 자료를 모았다”고 밝혔다.

또한 “중도적인 입장에서 임꺽정을 쓴 홍명희 선생이 왜 북한에 머물렀는지…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질문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통일의 그날을 대비해 권수를 제한하지 않고 무한대로 써서 파란만장한 시대에 대한 응답을 하려하고 있다”며 다음 작품을 예고하기도 했다.

박재동 화백은 임꺽정 그림 작업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박 화백은 “고우영·이두호씨의 ‘임꺽정’을 거의 참고하지 않고 나름대로의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며 “소설을 읽다보면 캐릭터의 모습이 만들어진다. 피부의 탄력과 두께, 눈썹의 모습 등이 저절로 마음속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다보니 어쩐지 내 모습과 비슷해졌는데 내가 좀 멋있게 된 모습 같기도 하다. 가만히 보면 얼굴이 개구쟁이 같기도 하고 귀엽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20회 홍명희 문학제 기념 학술 논문집 출간식이 열려 논문집 ‘평화와 화해의 노둣돌, 벽초 홍명희와 임꺽정’이 선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홍명희 문학제에서 발표된 학술논문 중 최근 10년 간의 논문을 추려 엮은 것이다. 1부는 홍명희와 ‘임꺽정’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논문들, 2부는 ‘임꺽정’을 학술적으로 깊이 있게 파고 든 논문들, 3부는 ‘임꺽정’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논문들로 묶었다.

(사)충북작가회의와 ㈜사계절 출판사가 주최·주관한 20회 홍명희 문학제는 지난 12일 청주예술의전당과 충북 괴산 일원에서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오전에 괴산의 벽초 생가와 제월리 고가를 돌아보고 홍범식 묘소 참배 후 청주로 이동했다. 오후에는 ‘홍명희 문학제 20년의 발자취’ 영상 관람 후 학술 강연, 이야기 낭독회가 진행됐으며 연극 ‘꺽정, 벽초를 쓰다’가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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