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 청주 나눔교회 담임목사

 

가을의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천고마비의 계절 독서하기에 딱 맞는 절기가 시작되었다. 청주 독서회는 1967년에 만들어진 청주시내 남녀 고등학교 독서 동아리이다. 청주 독서회는 시립도서관, 중앙도서관, 흥덕문화의 집, 학생문화회관, 청주기계공고 등을 전전하며 독서 동아리 모임을 운영해왔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2009년 드디어 독립적인 사무실을 이기용 교육감이 마련해 주었다. 그것이 학생문화회관 반지하의 교실 한 칸이었다. 독서회는 기쁨이 컸다. 이제 자유롭게 공부하고 독서 토론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생겼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교육감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장소를 마련해 주신 것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문화회관이 주중동으로 이사를 가고 청주기계공고 시설물로 전환 되었다. 그후 새로 부임한 교육청 감사관 유수남씨를 만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었으니 잘해주기를 바란다고 요청을 드렸다. 그런데 잘 되기는커녕 교육감은 일개 감사관 이야기를 듣고 독서회 사무실을 없애겠다고 통보해왔다.

퇴실하지 않으면, 그동안의 사용료를 물리고 변상금 부과 및 민사소송을 즉시 취할 것이라고 알려왔다. 아니 진보 교육감의 처신이 바로 이런 것인가 한없는 분노를 느꼈다.

청주독서회는 48년 만에 8월 12일 사무실을 잃게 되었고 전직 교육감이 만들어 주신 실내 모든 비품들을 반납하고 빠져 나온 불쌍한 독서회가 되었다. 교육감 당선을 위해 기도하고 그에게 기대를 걸었던 과거 운동권적인 동지의식이 한순간에 재가 되었다.

지난 세월 헌신적으로 도와 주셨던 보수적 교육감들이 진보 교육감보다 재량권이 많았고 독창적이었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앞에서 웃고 뒤에서 뒤통수를 치는 전교조 교육감에게 우리 청주독서회 명예회원들, 그리고 현 독서회 회원들은 얼마나 배신감과 상처가 크겠는가? 알고 보니 기계 공고에는 다문화 센터, 충북 삼락회, 충북 문우회, 우리 청주독서회 4개 단체가 사무실을 가지고 있었는데 다른 단체에는 아무런 재제가 없었음에 더욱이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교육감이 각 종 5건의 부정선거로 당선되어 3건의 벌금형을 받고 재판 중 일 때도 정의로운 사람이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대법원이 파기 환송한 위반 사건을 보면서 더욱 환멸을 느낀다. 필자는 목사이고 시인이다. 지역에서 40년간 민주화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을 끊임없이 전개해온 목회자다. 불만이 있으면 나에게 화살을 쏠 일이지 재정능력이 없는 어린 학생들을 협박하고 몰아 낸 것은 용서할 수가 없다.

하늘은 높고 푸르고 곡식들이 익어가며 말이 춤추는 계절에 책 읽기 운동이 여기저기서 펼쳐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 교육감이 독서회 학생들을 내 쫓아야 직성이 풀리는가? 청주독서회는 지나간 교육감과 지역의 어른들이 지켜주고 격려해 주시던 독서 동아리였다.

교육청 감사관은 사퇴해야 하고 자격이 없는 교육감은 법원 판결을 기다리지 말고 즉각 물러나는 것이 좋겠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감이 더 이상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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