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자(수필가)

▲ 박영자(수필가)

터키 휴양지 보드룸 해안가에서 엎드린 채 숨져 있는 3세 난민 시리아 꼬마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이 가슴을 울린다. 빨간색 티셔츠와 파란 반바지 차림에 테니스화를 신은 시신은 엎드린 채 해변의 모래에 얼굴을 묻고 있다. 아일란은 고향을 떠나 그리스 코스섬으로 향하던 중 에게해에서 배가 침몰해 익사했다. 쉬지 않고 밀려오는 파도에 떠밀리면서도 신발이 벗겨지지 않은 것은 그만치 신발 끈을 단단히 매고 피난길에 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시신은 온 세계 사람들의 가슴을 흥건히 적셨다.

 

아일란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메흐메트 경사는 “살아있다는 기미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숨이 붙어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며 “6살인 내 아들 생각이 나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고 당시의 심경을 말했다. 이 말은 자식 가진 사람의 똑같은 심정이요, 사람이라면 다 느끼는 공통의 마음일 것이다. 메흐메트 경사는 바다를 건너가려던 난민들이 익사하는 것을 “인류의 수치”라고 표현했다.

 

아일란의 아버지인 압둘라 쿠르디는 고무보트가 뒤집히던 당시 “아이들의 엄마는 나에게 자신이 아니고 아이들을 구하라고 소리쳤고 어린 아일란은 유일하게 아는 말인 ‘바바(아빠), 바바’라고 말했으며, 형 갈립(5세)은 ‘바바, 물에 잠기고 있어요. 죽으라고 우리를 여기 데려왔어요?’라고 했다.”며 비통해했다고 하니 테러와 전쟁을 피해 더 나은 삶을 찾아가는 난민들이 처한 참혹한 상황을 짐작할 만하다. 결국 그는 가족을 다 잃고 혼자만 살아남았으니 얼마나 기가 막힐까.

 

3살이면 이제 한참 말을 배울 나이요, 세상물정을 모를 깨끗하고 순수한 영혼이다. 그 꼬마에게 무슨 큰 죄가 있을 것이며 그렇게 죽을 이유가 있었겠나. 어른들의 탐욕에 아이들은  전쟁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너무 불쌍하고 애처롭다. 이렇게 희생된 아이가 왜 아일란 뿐이겠는가. 수만 명의 난민들이 갈 곳도 없이 방황하는 상황에서 소리 없이 죽어간 어린이는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시리아 난민의 참상을 보면서 9살 때 뼈저리게 겪은 6.25의 참상이 떠올라 가슴이 아릿했다. 5년 동안 남과 북이 싸웠던 그 전쟁이나 4년 넘게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과 폭력이 무엇이 크게 다르겠는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싸움인지……. 내전으로 사망자가 만4천명, 국외 난민은 4백만 명이 넘는 상황이라니 왜 그들이 자기 나라를 떠나는지 알만하다. 어찌하다가 나라가 그렇게 되었는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종교전쟁이 얼마나 무서우며,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한 번 절감하게 된다.

 

 


아일란의 마지막 모습을 촬영해 지구촌을 울린 29세 여성 사진기자 닐류페르 데미르는 ‘그 아이를 되살리기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더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사진을 찍어서 세상에 알리는 것뿐이었다.’ 고 했지만 그 사진 한 장이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니 참으로 큰일을 해낸 것이다.

 

다행인 것은 아일란의 희생이 전 세계 사람들의 가슴을 울려 유럽 여러 나라들이 빗장을 열고 난민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기적적인 일이다.  난민의 위기에 대해 전 세계가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된 것이다. 난민수용에 소극적이던 영국 정부의 태도까지 바꿨다. 그리스와 발칸반도를 거쳐 서유럽으로 들어가는 발칸루트가 인기를 끌면서 그리스로 상륙한 난민이 23만 5,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탈리아가 11만4,000명, 스페인이 2,200명으로 뒤를 이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아일란처럼 지중해를 건너다 숨진 난민은 9월 8일 현재 2천760명으로 추산되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0명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2011년 시작된 내전으로 시리아를 탈출한 난민은 현재 400만 명이 넘는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난민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으며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도 어떤 제한선을 두지 않은 채 난민들을 환영해 세계의 칭송을 받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도 시리아 난민을 위한 기도를 시작 했고 난민들을 위한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아일란은 갔지만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못다 한 삶을 보상 받을 수 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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