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서양화가)

▲ 반영섭(서양화가)

 필자는 최근 모 중앙일간신문 사회면에 실린 “입시용 인성사교육 광풍”이란 기사를 보고 정말 어이가 없었다. 우리나라에는 각종 수학학원, 논술학원, 웅변학원, 미술학원 등 그 종류와 수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그 많은 학원 종류에 설마 '인성교육 학원'이라는 것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인성교육진흥법이 2014년 12월 29일 국회를 통과하기 바쁘게 학원가에서는 발 빠르게 인성교육 특강 및 프로그램을 준비하였다고 한다. 국·영·수나 예체능 사교육도 모자라  인성까지 사교육을 시켜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난 7월 21일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면서 중·고교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인성 사교육'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인성이 대학 입시에서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인성 스펙 쌓기에 나선 것이다. 각종 '인성 프로그램' 딱지를 붙인 사교육 업체들이 난립해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최근엔 리더십 캠프, 스피치 강의를 개설하고 정체불명의 인성 자격증까지 주는 업체까지 생겨났단다. 한 리더십 캠프를 운영하는 사설 업체는 ‘’전교회장, 반장도 스펙!’이라 광고하며 학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고 한다.
  인성이란 사람의 성품, 그리고 각 개인이 가지는 사고와 태도 및 특성을 말한다. 인성을 어떻게 몇 시간으로 바뀌거나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겠는가. 인성은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가르침은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행위다. 또한 학생들의 인성을 평가한다고 하여 시험 비슷한 제도를 강화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인성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인생 전반기에 걸쳐서 형성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학원에서 속성으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과정은 전인적인 인간을 길러내는 과정이다. 인성을 따로 떼 내어 가르칠 필요가 없다. 윤리, 국어, 수학, 영어 체육, 음악, 미술 등등 이런 모든 교과가 전인교육을 위해 짜여 진 것이다. 인성교육이란 인간의 성격, 사고, 신념, 가치, 태도 감정, 자세를 포함한 전인격적 품성을 함양하는 교육을 말한다. 개인 안에 내재한 독립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인성을 인간이 만든 수치로 표준화해 등급을 매기거나서열화하겠다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다. 인성교육진흥법이 규정하고 있는 핵심가치는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협동’ 등이다. 이를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평가하려 들 경우 인권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인성교육 추진 성과 평가를 1년마다 실시한다고 하니 어떤 비교육적인 결과를 가져올지 뻔하다.
인성교육은 가정과 학교, 사회가 모두 함께 하여야 한다. 그러면 인성교육은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바로 인성의 덕목을 익혀 습관화가 되도록 해 주어야 한다. 습관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교체되는 것이다. 최고가 되는 것은 천재성이 아니라 꾸준히 연습하는 습관에서 비롯된다. 인성교육에 있어서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고교육’이다. ‘잡은 고기를 주는 것 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고기가 있으면 하루를 살 수 있을지 모르나 고기 잡는 법을 아는 것은 평생을 살 수 있는 기술을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덕목은 쉽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 습득되는 것이고 또한 몸으로 배워서 익혀야 한다는 뜻에서 체득이라고 말한다. 자녀들에게 인성을 가르치는 최고의 방법은 우리 부모와 성인들의 생활과 베품의 모범을 통해서이다. 모범은 언제나 최선의 교사이다. 한 아이를 기르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 하물며 한 학급, 한 학교, 온 나라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온 국민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무리 대학입시에 반영한다 하드라도 인성교육을 사교육에 맡기고 의존해서야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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