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기(편집국 부장 / 천안지역 담당)

▲ 최재기(편집국 부장 / 천안지역 담당)

천안시의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혈세를 들여 북미와 유럽으로 관광성 외유를 떠난다. 시의원 22명 중 18명이 의회 소속 공무원 5명과 함께 국외출장을 계획했다. 건설도시위원회는 30일부터 10월6일까지 미국·캐나다로, 복지문화위원회는 10월19일부터 28일까지 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 등 유럽 3개국을 각각 방문한다. 총 경비는 6000여 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의회가 의원 1인당 250만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경비는 참여 의원이 자부담한다. 의회는 선진국의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해 정책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외공무출장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방문일정을 분석해본 결과, 일반 여행상품과 흡사했다. 건설도시위(북미) 경우 도시계획실태와 공원 등을 벤치마킹한다고 하지만 시애틀과 밴쿠버, 로키산맥 관광지를 둘러보는 일정이 대부분이었다. 복지문화위(유럽)은 어린이집 방문이 들어 있긴 하지만 베르사유궁전, 융프라우, 밀라노, 로마 시티투어를 주요일정으로 짰다. 특히, 복지문화위는 24일부터 사흘간은 공식 일정조차 잡지 않았다. 지난 10일 열린 의회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의에서 외부인사 위원들은 “복지문화위에 총무환경위가 껴서 가고, 심사기준도 없다. 여행지나 일정을 보면 관광차원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언론에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국외출장이 공무를 가장한 ‘외유’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이런 지적에 대해 위원장(부의장)은 “언론이 같이 간 4대 때는 언론에 한번 난적 없다. 언제부터인가 언론기관이 빠지고 의원만 가다보니 반복적으로 언론에 나온다.”는 괴변을 늘어났다고 한다. 지난해 의정활동비를 6.4% 인상한 의회는 국외연수비도 18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인상한 데 이어 터키로 관광성 외유를 다녀와 비난을 샀다. 시의원들의 관광성 외유가 의회의 뿌리 깊은 병폐가 되어가고 있다. 시의원들의 해외연수가 선진도시를 벤치마킹하고 정책대안 마련하려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다면 적극 권장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관광지 유람이 태반이라면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더 이상 의원들의 양심과 상식에 맡길 일이 아니다. 국외출장 심사기준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 외유를 막아야 한다. 편법을 통한 관광성 외유가 밝혀지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의회가 제멋대로 혈세를 낭비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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