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돈

사랑은 하되 기대지는 말자

우리를 온전히 맡길 수 있는 곳은

생(生)을 담은 여행 길 뿐이니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깝지 않게

대웅전의 기둥들도 너무 가까우면

지붕을 떠받들지 못하나니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자

그러나 너무 가까이 붙어서 가지는 말자

하늘의 별들도 너무 가까이서 운행하면

별 없는 하늘을 만들거니

꿈을 꾸되 서로 같은 꿈을 꾸지는 말자

상수리나무와 떡갈나무

서로 다른 꿈을 꾸되 숲을 이루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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