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규상(편집국 부국장 / 충주지역담당)

▲ 윤규상(편집국 부국장 / 충주지역담당)

‘싼 게 비지떡’ 이란 말이 있다. 값싸게 산 물건은 품질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이 말은 조선시대 먼 길을 가는 선비에게 ‘주모가 싸 준 것이 콩비지로 만든 떡(비지떡)이다’라는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요즘에는 품질이 좋지 않다는 것은 탈이 날 확률이 높다는 뜻으로도 통용되고 있다.
최근 충주와 제천지역에서 대기업이 짓는 아파트에 공급되는 레미콘을 두고 ‘값 싼 레미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의미는 값싸게 산 물건은 품질이 좋지 않다는 뜻이고, ‘값 싼 레미콘’의  의미 역시 이와 크게 디르지 않다는 선입감이 없지 않다.
대기업들은 지방에 아파트를 지을 때 수도권에서 구매하는 자재는 빼고 지역 업체를 통해 견적을 받아 납품받는다.
그중 레미콘은 반드시 지역에서 조달받아야 하는 품목중 하나다. 제품 특성상 거리가 멀어 시간이 많이 걸리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들은 지역 레미콘 업체들에게 최저가 방식의 견적을 요구하며 ‘값 싸고 질 좋은(?)’ 레미콘을 납품하라고 다소 비상식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
충주기업도시 내에서 임대아파트 ‘신우희가로’를 짓고 있는 ㈜신우산업개발과 제천 강저지구에서 롯데캐슬 프리미엄아파트를 건설 중인 롯데건설이 ‘값 싼 레미콘’ 논란에 휩싸였다.
‘신우희가로’를 짓고 있는 ㈜신우산업개발 측은 충주지역 시중가보다 훨씬 낮게 레미콘 납품가를 제시했으나 충주관내 업체들은 이같은 저가 요구를 거부했다.
현재 음성지역 레미콘 업체 2곳에서 저가 요구에 맞춰 물량을 공급하고 있어 충주지역 업체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돼 버렸다.
단가와 조건이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음성지역 업체와 계약했다고 회사 측은 해명하고 있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것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 지 두고 볼 일이다.
롯데캐슬 프리미엄아파트를 건설 중인 롯데건설도 제천지역 레미콘 업체들을 대상으로 최저가 견적입찰을 실시했다.
제천지역 5개 레미콘 업체는 생산단가 대비 정상적 범위 내에서 금액을 제시했으나 업체 1곳에서 현 시중가보다 15% 정도 저렴한 금액을 제시하면서 물량 납품이 결정됐다고 한다.
롯데건설 측이 최저가 방식을 요구해 낙점된 업체가 제시한 가격은 시장가 대비 6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기업은 저렴한 가격에 물품을 구입해 이윤을 극대화해야 하지만 시장가 이하 저가 납품이 이뤄질 경우 우려되는 부작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재비 절감 등에 따른 품질 저하는 물론이고 기준 시장가가 낮아질 경우 관급공사에 들어가는 조달단가도 내리는 일에 앞장서는 대기업의 ‘또 다른 갑질’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기업답지 못하다’는 지적과 함께 롯데캐슬 프리미엄아파트 이름 값 만큼이나 좋은 품질의 아파트가 지어질지 두고 보자는 조롱 섞인 비난 여론도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충주와 제천지역 주민들이 살 아파트에 쓰이는 레미콘 품질과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국가기술표준원이나 국가공인 품질검사 전문기관의 검증이 필요하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값 싸고 질 좋은’ 물건이라며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내심 자랑할지 모르지만 공인기관 조사에서 사실이 아닐 경우 이름값 만큼이나 쌓아올린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레미콘 물량을 공급하는 업체 측은 가격이 싸다는 것이 결코 품질 저하는 아니라고 항변할지 모르겠지만 결과는 두고 봐야 한다.
충주시와 제천시도 이 같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미리 ‘짜고 치는’ 방식이 아닌 ‘불시’에 이들 업체에 납품한 제품에 대해 품질검사를 할 수 있도록 발빠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국가기술표준원 등 국가기관이 ‘불시 검사’에 나서면 국내 레미콘 업체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업계의 공통된 의견을 참고하면 저가 레미콘 논란을 어떻게 해석할지 이해할 수 있다.
대기업이 짓는 아파트에 공급되는 레미콘이 ‘싼 게 비지떡’인지, ‘값 싸고 질 좋은’ 자재인지는 관계기관이 나서 옥석을 가려야 한다. 지역주민의 안전과 생명이 걸려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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