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선 동화작가, 칼럼집 ‘100세 시대의 고민’ 발간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오래됐다는 것은 서로의 사이에서 진이 나오듯 익숙하고 숙성한 것을 의미한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 눈감아도 느껴지고 보이는 사이, 매캐한 곰팡내도 향내처럼 느껴지는 사이, 낡은 무명처럼 투박하면서도 만져보면 부드러운 느낌……. 우리 주위에 그런 오래된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오래된 집, 오래된 정원, 오래된 음악, 오래된 책, 오래된 수첩, 오래된 친구…….

그런데 우리는 늘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와 관심으로 ‘오래된 것들’에 대한 소중함과 그리움을 잊고 산다. 옛일에 대한 추억대신 화려한 미래를 기대한다. (본문 ‘‘오래된…’이 주는 느낌’ 중에서)

유영선 동화작가(63·동양일보 상임이사·사진)가 최근 칼럼집 ‘100세 시대의 고민’을 발간했다. 1997년 펴낸 ‘청풍에 귀를 열고’에 이은 두 번째 칼럼집. 이후 18년 간 유 작가가 동양일보 등 지면에 발표했던 칼럼 중 책 한 권 분량을 추려 묶은 것이다.

이 책에 실린 90편의 칼럼은 일반적인 칼럼과 사뭇 다르다. 날카로움을 덜어내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온기를 더했다. 동화작가가 쓴 칼럼답다. 저자는 이를 ‘감성칼럼’이라 이름 붙인다.

유 작가는 “마치 필터를 통해 세상을 보듯, 사회·경제적인 문제들도 감수성을 입힌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제목 ‘100세 시대의 고민’은 책에 실린 동명의 칼럼에서 따왔다. 허리골절로 거동이 어려워져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노인요양병원으로 간 저자의 이모를 통해 행복하지 못한 100세 시대 현대인들의 고민을 짚어 본다.

저자는 “수명 연장을 재앙이 아니라 축복으로 받아들이려면 지금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으로 행복한 노년을 준비해야 다가오는 100세 시대가 축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롤과 도깨비’에서는 서양의 트롤과 달리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는 한국 도깨비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인형을 잃고 울고 있는 어린 소녀를 위해 30여 통의 인형 편지를 썼다는 소설가 카프카의 이야기가 담긴 ‘카프카의 ‘인형편지’’는 독자들의 마음을 잔잔히 적신다. 스페인 국립 소피아왕비예술센터에서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보고는 전쟁 속에서 피어난 희망을 읽어내기도 한다.

“언제부터인지 자연에 대한 이야기가 내 안에 많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저자. 칼럼 ‘뿌리잎을 보며’는 낮은 땅에 엎드려 매서운 겨울을 이겨내는 뿌리잎에서 세상의 부모들을 떠올리며 쓴 글이다. ‘인연서설’은 생물의 자유 의지를 존중해주고자 화분과 구피들을 멀리 떠나보낸 일화를 담아낸다.

90편의 각각 다른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지만 결국 이 책은 ‘사랑’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관통한다. 찬 바닥에 바짝 몸을 대고 납작 엎드려 있는 이들. 햇살 한 가닥 없는 그늘 아래 웅크린 작은 이들에 대한 관심이 책의 저변에 깔려 있다.

유 작가는 “그때그때의 이슈를 소재로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목걸이처럼 한 줄로 꿰어지는 공통분모가 있다”며 “남녀노소 누가 읽더라도 부담 없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썼다. 상처받은 누군가에게 이 글이 마음의 위안, 치유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영선 작가는 197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으로 등단했으며 장편동화집 ‘발달린 금붕어’, ‘알록새와 빛나래호’, 창작동화집 ‘종이배를 띄우는 아이’, ‘바람우체부’, ‘달맞이꽃과 꼬마화가’ 등 10여권의 책을 출간했다. 충북여성문인협회장, 충북21세기여성위원장, 충북여성포럼 대표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문직여성한국연맹 부회장, 뒷목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서출판 푸른나라. 314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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