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강화로 가격 오르면 경쟁력 떨어질 듯"

(동양일보)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디젤 차량의 대기오염 문제가 주목받는 가운데 세계 최대의 디젤차 시장인 유럽에서는 디젤차 판매가 2011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에서는 디젤차 판매가 갈수록 증가해 올해 상반기에는 처음으로 점유율 50%를 넘었다.

24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의 자동차 신규등록 통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승용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비중은 2000년 32.8%에서 2011년 56.1%까지 올라갔다가 2012년 55.6%, 2013년 53.8%, 2014년 53.6% 등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국가별로 보면 프랑스는 2008년 디젤차 비중이 77.3%까지 높아졌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여 지난해 63.9%까지 떨어졌다. 프랑스 파리시는 시장이 대기오염을 억제하기 위해 구형 디젤차의 운행을 2020년에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스페인은 디젤차 비중이 2011년 70.3%에서 3년만에 64.9%로 내려갔다. 벨기에, 덴마크 등도 같은 기간 하락폭이 컸다.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의 디젤차 비중은 각각 47.8%와 50.1%, 54.9%로 큰 변동이 없었다.

극심한 경제난에 빠진 그리스는 전체 차량 등록 대수가 감소한 가운데 디젤차 비중이 2011년 10.0%에서 2014년 63.5%로 급증했으며 EU 회원국이 아닌 나라 가운데 '전기차의 천국'으로 떠오른 노르웨이는 같은 기간 디젤차 비중이 75.7%에서 48.7%로 격감했다.

미국과 일본은 디젤 승용차 비중이 2012년 기준 각각 3.0%와 0.3%로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승용차와 승합차, 화물차 등 전체 차량에서 경유차가 올해 상반기 51.9%를 차지해 휘발유차(37.6%)를 14.3% 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나머지는 LPG(7.5%)와 하이브리드(2.3%), 전기차(0.1%), 기타(0.6%) 등이었다.

경유차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료비와 높은 연비 등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0% 증가했지만 휘발유와 LPG 차량은 각각 1.6%와 13.8% 감소했다.

2014년 전체로는 경유차 48.5%, 휘발유차 39.8%였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차이가 더 벌어졌다.

특히 수입차 브랜드는 올해 상반기 신규등록 차량 가운데 경유차가 70.8%나 됐다.

이런 가운데 폴크스바겐 사태로 디젤차가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를 휘발유차보다 현격하게 많이 배출한다는 사실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디젤차의 인기가 지속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디젤차가 위험하거나 연비가 낮다는 것도 아니고 환경에 좋지 않다는 것이어서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며 "이번 일이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가 디젤차를 사는 것은 경제성 때문"이라면서 "클린 디젤이라는 이미지에는 악영향이 있지만 판매에도 영향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사태로 디젤차 판매가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앞으로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면 디젤차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업체 관계자는 "환경부가 2017년부터 디젤차의 실제 배출량을 까다롭게 검증하면 비싼 정화시스템을 도입해야한다"면서 "차량 가격이 올라가면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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