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사찰음식책 발간한 지견스님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정갈하고 담백하다. 다소 거칠고 투박해 보이는 이면에는 부드러움이 깊이 스며있다. 화려한 외양을 덜어내고 재료 자체의 맛을 그대로 살린다. 때로 생명 본연의 강인한 힘이 느껴지기도 한다. 지견스님(사진·가미향 사찰음식연구소 소장)의 음식은 만든 이를 고스란히 닮아 있었다.

최근 ‘지견스님의 손쉬운 채공간’을 발간한 청주 월명사 지견스님을 지난 30일 만났다. 손맛 좋기로 정평이 난 그이지만 요리책을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보다 음식을 잘 하시는 선배님들도 많은데 이렇게 용감하게 책을 낸 것은 사찰음식도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 화학조미료나 오신채 사용 없이도 맛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서였어요.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했고 글 보다는 사진 위주로 실어 ‘음식이 있는 그림책’처럼 보이도록 했어요.”

그가 사찰음식을 처음 접한 것은 한글도 채 깨우치기 전인 7살 무렵. 당시 어린 나이에 입산해 청소와 부엌일은 당연한 몫이었다. 풀 알레르기가 있어 농사일을 하지도 못했던 그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부엌으로 향했고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견스님은 “요즘은 야채가 많아져 이것저것 많은 것을 해 먹을 수 있지만 절에서 농사를 지으면 나오는 야채는 으레 호박, 가지, 오이, 고추뿐이었다”며 “어떻게 하면 같은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해서 스님들을 드릴까 생각하고 이것저것 시도하곤 했다”고 말했다.

음식솜씨가 좋다는 소문이 나며 차츰 수업 제의가 들어왔고, 7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전국 각지에서 사찰음식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동국대 다도학과 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현재 동 대학원 선학과 박사 과정 중이다.

싱크대 개수대에 떨어진 밥알도 깨끗이 씻어 드시던 노스님의 모습을 보고 자란 지견스님에게 음식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다. 시주자의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상추 잎 하나, 쌀 한 톨도 겸허하고 공손하게 대한다. 강의할 때도 양재기에 묻은 양념은 물로 헹궈 음식에 넣고, 알뜰 주걱을 사용하며 수강생들이 재료를 허투루 낭비하지 않도록 한다.

“제가 수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은 재료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아끼는 것이에요.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제 요리법대로 하고 나면 음식물 쓰레기가 적게 나온다고요. 그러면 환경에도 좋은거에요. 설거지도 편하고요. 음식이나 물, 불도 한 우주로 볼 때 공공의 물건이잖아요. 사찰음식을 배우면서 그러한 마음 씀씀이도 함께 배우는거죠.”

이번에 발간한 책에도 그러한 마음을 담았다. 일타 큰스님에게서 배운 김 튀김이 대표적. 오래 묵은 김도 이 조리법대로 튀겨내면 얼마든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생김을 기름에 튀겨 내 소금을 뿌려 내는 단순한 조리법이지만 온도 조절의 노하우가 필요해 실패하기 쉬운 음식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100여가지 사찰음식 요리법을 실었다. 현재 수원 봉녕사에서 1년 과정의 사찰음식 강의를 하고 있는 그가 그동안 정리한 레시피와 노하우를 한 권의 책에 정리한 것이다.

책에 실린 음식들은 초보자도 얼마든지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간단하다. 냉장고에서 흔히 봄직한 재료들을 사용하고 양념도 설탕, 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의 기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단순히 재료와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손질한 재료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지견스님만의 팁, 음식의 효능까지 더해 놓았다. 두부, 호박, 가지 등 흔한 재료도 지견 스님의 손이 닿으면 특별한 요리로 변신한다. 시금치 스파게티, 감자피자 등은 사찰음식에 대한 편견을 과감히 깬다. 출판기념회는 11일 오후 3시 청주예술의전당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모든 요리의 기본이 되는 채수물을 만들 때는 양배추 뿌리 등 버리는 야채를 넣어 끓이면 되고 남은 과일은 갈아 양념을 만들거나 즙을 짜서 설탕 대신 활용하면 인위적인 단맛이 없어 좋아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거에요. 그러면 재료의 참맛도 음미할 수 있어요. 요즘 사람들은 너무 많은 양념을 곁들여 먹어 오히려 재료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찬바람 날 때 먹는 호박이 얼마나 달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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