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를 위한 심리 상담(로버트 드 보드/고연수)’은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고전동화를 패러디한 심리 우화이다. 저자는 자신을 방어하고 상담자를 의심하고 화를 내다가 울기도 하는 내담자들을 보면서, 토드와 헤런 박사를 탄생시켰다고 밝히고 있다.

헤런 박사는 세 가지 미덕을 가진 상담사이다. 첫째는 임금님처럼 큰 귀를 가지고 토드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때로는 울다가 때로는 웃다가 때로는 자기를 의심하고 말이 분명치 않으며 논리도 없이 내뱉는 토드의 말을 끝까지 귀 기울여 듣는다. 둘째는 상황에 따라 필요한 말을 잘 하는 미덕을 갖추었다. 잘 듣는다는 것은 말은 절제하되 꼭 필요한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상대의 마음을 열게 한다든가 마음을 열고 자신을 쏟아내게 하는 질문을 잘 하는 사람이다. 세 번째 그의 미덕은 스스로 깨닫게 한다는 점이다. 깨달음은 불안, 초조, 분노와 같은 어두운 감정들을 일거에 불살라 버린다. 그 빈자리를 자신감과 자존감으로 채운다.

우유부단한 토드가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에 시달린다. 늘 자신을 무가치하다는 느낌(트랜스)에 빠져 있었다. 이를 본 친구들이 반강제적으로 헤런 박사에게 끌고 간다. 헤런 박사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듣기의 대가였다. 토드는 생전 처음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생전 처음 자신의 고통스런 내면과 마주한다. 이기적이고 차가운 아버지에 대한 분노심, 아버지의 눈치만 살피는 어머니에 대한 아쉬움, 집안의 지나친 기대에 무거운 짐이 그의 내면에 가득했다. 그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아이의 울음과 같았다. 다만 토드의 내면아이는 보통 사람들의 내면아이보다 좀 더 크게 울고 있었다. 토드의 내면아이는 애착, 분노, 슬픔, 공포, 불안, 초조, 배고픔, 외로움의 상태에 머무르면서 어린 시절의 감정만을 되풀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토드는 헤런 박사와 열한 번의 심리 상담을 거쳐 점점 자존감이 커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헤런 박사는 토드가 자신의 마음을 열게 하여 이야기를 털어놓게 했다. 그리고 내면아이의 아픔을 같이 토닥여주었다. 토드가 자신의 진면목에 맞닥뜨리게 도와주고, 상황에 맞는 질문을 던져 토드 스스로 깨닫도록 돕는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토드의 깊은 내면을 터치하여 잠자던 자아를 일깨운다.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당신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당신 외엔 아무도 없습니다.’ 토드는 자신이 화를 내지 않는 것은 화를 내는 다른 방법이고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분노에 불과했음을 깨달았다.

부모에 대한 나쁜 감정은 헤런 박사에게 모두 전이시키고, 화를 내되 자신의 화를 알아차리고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주장을 논리정연하게 펼치고, 마침내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찾아냈다.

<청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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