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순

숲을 들어서는데

갈참나무가 도토리 한 알을 툭 떨어트렸다

산의 심장 소리가 쿵쿵쿵

떨어져 쌓인 나뭇잎에 얹혔다

 

삼년 만이다

어떻게 지냈냐고 묻질 않았다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린다

나뭇가지 사이로 희끗희끗 떨어지는 눈발

그와 함께 앉았던 그루터기엔

낯선 새 한 마리 혼자 앉아 있었다

 

자작나무가 등을 두드리며

혼자 가야 할 길 멀다고

저무는 햇살 불러

내 손을 잡아주었다

산이 긴 그림자로 따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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