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기(논설위원 / 한국교통대 교수)

▲ 홍연기(논설위원 / 한국교통대 교수)

지난 10월 3일 한화이글스는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위즈와의 16차전 경기에서 접전 끝에 1-4로 패하였다. 그 결과 68승 76패를 기록하며 7위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하게 되었다. 만일 이 경기에서 한화이글스가 승리했다면 SK와 KIA의 경기 결과에 따라 가을 야구 진출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올해는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한화이글스의 주장 김태균 선수는 선수단 모두가 지난 마무리캠프 때부터 많은 고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지 않아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로 한 시즌을 마무리 했었다. 10개 팀 중 7위란 성적은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는 어떤 구단의 팬에게도 성에 차지 않는 결과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과거 한화이글스의 성적을 놓고 볼 때 한화이글스의 2015 시즌 7위라는 결과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결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이후 한화 이글스의 성적은 2011년 6위를 제외하고는 항상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다. 시즌 전적을 보더라도 2009년 이후 60승 이상을 기록한 해는 단 한 해도 없었다. 당연히 가을 야구하고는 인연이 없는 팀이었다. 심지어는 타 팀의 팬들조차 한화이글스의 승리를 바라기도 했었고 그런 성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화이글스의 곁을 떠나지 않는 팬들에게 사람들은 ‘보살’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구단은 뜻밖에도 한화이글스였다. 무너진 야구단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구단의 프런트나 관계자가 아닌 팬들의 요구에 의해 감독을 선임했기 때문이고 그 감독이 바로 ‘야신’으로 불리던 김성근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팬들은 약팀을 강팀으로 조련하는데 일가견이 있었던 김성근 감독의 역량을 기대하면서도 보다 근본적으로는 패배주의에 빠져 있던 구단의 근성이 바뀌기를 바랬다. 팬들이 감독을 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이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

팬들이 바램대로 김성근 감독은 마무리캠프부터 지옥 훈련으로 선수들을 몰아세웠고 선수들 역시도 해보겠다는 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에서부터 프로야구를 다루는 언론의 관심은 한화 이글스와 나머지 구단으로 양분되었고 팬들의 관심 역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성적 만큼이나 과연 한화 이글스가 2015년 시즌에서 거둘 결과에 모야졌다. 

시즌이 시작되자 한화이글스는 과거와는 다른 근성의 야구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매 경기를 포기 하지 않고 한국 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접전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야구팬들은 그런 한화이글스의 야구를 ‘마리한화’라 부르며 열광했고 그 결과 전반기에 5위에 오르며 가을 야구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었다. 그럼에도 후반기에 들어 한화이글스는 급추락하기 시작했고 감독에 대한 열광이 비판과 비난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야구 전력 측면에서 보면 얇은 선수층의 문제였음에도 상당수의 언론과 야구 전문가들은 김 감독의 선수 혹사에 초점을 맞추었다.

세상 모든 일에 기적을 바라기는 어렵지만 스포츠 경기, 특히 한 시즌 내내 140여 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에서 기적을 바라는 것은 불가하다. 꼴찌가 7위가 된 것이 대단하지 않을 수 있다. 스포츠 경기를 결과만 놓고 판단하는 것은 그간 코칭 스텝들과 선수들이 흘린 땀의 가치를 야박하게 평가 절하한다는 생각도 해본다. 김 성근 감독의 벌떼 야구, 특정 선수의 혹사에 대한 평가도 분명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봤던 올 시즌 한화의 야구는 근성의 야구였다. 승자만이 기억되는 프로의 세계라지만 올해 한화의 야구는 7위 이상의 감동을 우리에게 주었다. 끝까지 가을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한화이글스는 내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지난달 22일에 타계한 미국의 전설적 야구 영웅 요기 베라(Yogi Berra)가 했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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