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한강공원 쪽으로 난 굴다리 앞에서였다.

 

내 앞에 유모차를 끌고 가는 걸음이 느린 여자가 보였다.

저만큼 이쪽으로 유모차를 끌고 오는 중년 여자도 있었다.

좁은 길에서 유모차 두 대가 잠시 멈추더니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서로 다른 길로 비켜갔다.

 

내 앞으로 지나가는 유모차엔 고양이 한 마리

빤히 나를 올려다보았다.

걸음 느린 유모차를 앞질러 보니 강아지가 한 마리

그 속에 앉아 있고,

 

-고관절이 안 좋아서 유모차를 끌게 한 거라고

-당뇨가 심해서 새벽 운동을 시키는 거라고

전생에 사람이었던

고양이와 강아지의 대화를 아까 들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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