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애(논설위원 / 충북대 교수)

▲ 권수애(논설위원 / 충북대 교수)

동네에 전화가 몇 대 안되던 시절. 전화가 있는 집에서 앞 뒤 집의 급한 전달 내용들을 대신 알려주었다. 옆집의 통화할 사람을 부르는 심부름을 하면서 자연스레 집안의 크고 작을 일을 이웃과 공유하고 살았다. 전화기를 설치할 통신설비가 부족하던 때라 매매가 가능한 전화와 그렇지 않은 전화의 구별이 생겼고, 매매할 수 있는 전화는 엄청난 웃돈이 붙어 자산가치도 꽤 높았었다. 이 시절의 전화 소유는 부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은 1인 1대의 모바일전화시대가  되어 유선 전화기를 아예 집에 설치하지 않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생겨난 이동 가능한 휴대폰의 진화는 스마트폰시대를 넘어 사물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현재는 인터넷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생활에 밀접한 존재가 되었다. 아직 말도 못하는 아기들도 스마트폰을 장남감 대신 가지고 놀며 배우는 시대이다. 무선으로 음성통신과 문자소통은 기본이고, 알고 싶은 정보를 어디서도 즉각 검색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 서비스는 엄청난 매력이 있다.

   은행을 가지 않아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되지 않고 인터넷 뱅킹으로 업무를 볼 수 있어 편리하기 그지없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해외 상품까지도 언제든지 주문하고 집으로 배송 받을 수 있어 쇼핑할 시간이 없는 사람에게는 인터넷 쇼핑이 구세주 같을 때도 있다. 연구를 위한 논문을 찾기 위해 여러 도서관을 직접 다니며 자료를 검색하고 복사를 할 필요도 없어졌다. 전자저널을 비롯하여 필요한 자료만 모아놓은 데이터 서비스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프린트까지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철 속 승객들은 하나 같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풍속도 생겼다. 스마트폰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거나 이동하면서 업무를 보기도 하고 어학공부를 하는가 하면 TV나 영화를 보면서 혼자서 웃기도 한다. 별 일 없이 인터넷 사이트를 뒤적이거나 카톡에 올라 온 지인들의 근황을 살피기도 한다. 많은 사람에게 스마트폰은  떼어낼 수 없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우리의 생활이 빠르고 유익하게 긍정적으로 변화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로 인한 여러 가지 부작용과 새로운 문제도 무수히 발생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성토를 받기도 한다. 카톡 방에서 모임 날짜를 정하는 데 불편을 준다며 2G폰을 고집하는 친구는 다른 친구들의 비난을 받는다. 정작 본인은 전혀 불편하지 않다는데 말이다. 주말이나 늦은 밤 시간 오롯이 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 휴대폰과 이메일 등으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일들에 떠밀리며 응답이 늦어지는 것을 양해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인터넷 소통은 은둔형 외톨이를 양산하고 있으며, 해킹으로 인한 범죄사건의 온상이 된다. 원자력 발전소의 해킹사건에 놀란 가슴이 진정되기도 전에 어제는 서울 메트로의 전산 서버가 해킹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간단한 전산 조작으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 갈지 모르는 위험 속에 살고 있다. 공공시스템의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지만 개선될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우리가 스스로 놓은 덫에 걸려 넘어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의 국가적 재난은 소리 없는 인터넷 무기의 살상으로 참극이 벌어질 수 있다. 인터넷의 편리성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함정에 빠지지 않을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개인의 힘으로 예방하고 해결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나쁜 해커에 대항하고 응징할 착한 해커의 육성도 시급하다. IT강국의 이름에 걸맞게 철두철미한 보안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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