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이 법정시한을 어려 결국 선거에 임박해서 졸속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년 4월 총선의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법정시한(13일)을 앞두고 수도권과 농어촌, 영·호남의 의석수 조정 문제 등으로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등 여전히 안갯속이다. 
헌법재판소가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2대1 이내로 바꾸라는 입법기준을 제시한 지 만 1년이 돼 가는데 그동안 무엇을 하다가 법정시한까지 못 지킬 지경이 됐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획정위나 정치권이 선거구 획정 작업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지역구 숫자조차 못 정하는 것은 농어촌 지역대표성 배려 문제 때문이다.
헌재 입법기준에 따르면 농어촌에서 감소할 지역 의석이 9석에 달하는데 이를 어떻게든 줄이려다 보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구편차 산출 기준을 변경해 인구 상·하한선을 조정하는 방안과 현행법에 규정된 ‘자치 구·시·군 분할 금지 원칙’의 예외 허용 폭을 넓히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획정)이나 꼼수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러다가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구획정안을 최종 통과시켜야 하는 다음 달 13일의 법정시한까지 어기고 결국 선거 임박해서 졸속 합의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지난 15대부터 19대까지 5차례의 총선에서 선거구획정 법정시한을 지킨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모두 선거를 한 두 달 앞두고서야 선거구가 최종 확정됐다.
15대 총선에서 적용된 선거구 획정안은 선거일(1996년 4월11일)을 2개월 앞둔 2월 6일 공포·시행됐으며 16대도 선거일(2000년 4월13일) 두 달 전쯤인 2월 16일, 17대 역시 선거일(2004년 4월 15일) 한 달 전인 3월 12일에 겨우 공포됐다.
18대는 선거일(2008년 4월 9일) 한 달 남짓 앞둔 2월 29일, 19대는 선거일(2012년 4월 11일)을 한 달 열흘 남겨둔 2월 29일 공포되는 등 법정시한을 지킨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선거구 획정이 지지부진한 1차적 책임은 법에 규정된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정치권에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해당사자라서 그렇다 쳐도 획정위마저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지역구 수를 정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획정위를 독립기구로 출범시킨 것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의원들이 시간만 끌다 '야합'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폐단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활동을 보면 그런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지역구 수를 확정할 회의를 앞두고 농어촌에 지역구를 둔 여야 의원들이 국회에서 농성하는 등 정치권의 반발이 본격화하자 눈치 보기가 시작됐다.
총선이 꼭 6개월 앞으로 다가와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다. 서로 상대방 탓만 하는 여야의 합의를 무작정 기다릴 것이 아니라 원래 계획대로 자체 선거구획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첫출발부터 법정시한을 못 지키는 선례를 남긴 데 이어 계속 정치권에 휘둘리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선거구 획정은 한없이 늦어지고 획정위는 무용론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획정위는 출범 취지를 살려 정치권의 눈치만 보지 말고 소신껏 제때 제대로 작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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