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지난달 16일 개막했다. 올해는 이 행사가 특히 더 기대됐다. 바로 어린이를 위해 마련됐다는 ‘키즈비엔날레’ 때문이었다. ‘공예를 주제로 한 전시, 교육, 체험, 공연, 문화 이벤트와 공예를 놀이로 즐길’ 수 있다는 주최측의 홍보에, 올해는 6살짜리 딸아이와 함께 행사를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기대가 큰 탓이었을까. 행사장을 찾곤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다른 전시장에 비해 다소 초라해 보이는 공간 자체도 그랬지만 무료 프로그램이 부실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실시한 ‘무료 사진 촬영’을 제외하면 물고기 공예품(?)을 낚는 2~3평 남짓한 공간(수공예 물고기 낚시 체험)이 이 행사장에서 어린이들에게 공짜로 내어준 유일한 공간이었다. 유료 체험으로는 민화 모자 만들기, 15개의 키워드로 꾸미는 퍼즐화분, 로봇 만들기 등이 운영되고 있었으나, 각각의 가격은 5000~1만5000원으로 세 개 모두 제 값을 주고 체험하기에는 다소 비싸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중 모자 만들기는 홈페이지에는 5000원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실제로는 8000원을 받고 있었다.)

‘상술’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 건 바로 배를 타고 수공예 물고기를 잡는 ‘청주호 체험’이었다. 유료 체험을 해야만 배에 오를 수 있는 ‘무료를 가장한 유료’ 체험이었다. 차라리 1000~2000원의 합리적인 비용을 내고 배를 탈 수 있게 했으면 좋았을 것을. 행사장에서는 “배를 태워 달라”며 징징대는 아이들과 “그냥 가자”며 아이를 잡아끄는 부모들의 실랑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배를 타기 위해 유료 체험을 하는 부모들도 상당수였다.

어느 축제장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런 체험 프로그램 보다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작가들과 함께 이 공간을 꾸려 아이들이 공예품을 마음껏 만지고 느끼고 완성하며 적극적으로 공예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특별전과 기획전을 둘러보는 긴 시간 동안 작품을 만지고 싶은 욕구를 꾹꾹 참았을 아이들이 전시장의 주인공이 되어 신나게 놀다갈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면 참 좋았을 것을. 주최측의 고민의 흔적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 아쉽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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