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국제기구인 유네스코에 대해 분담금 중단을 거론하며 압력을 가하는 치졸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일제가 저지른 난징(南京)대학살 문건이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된 것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며 벌이는 어처구니 없는 ‘보복행위’다. 일본 정부의 공식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유네스코에 기록유산으로 신청한 문서가 진짜인지 전문가의 검증을 받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유네스코) 분담금이나 갹출금에 대해 지급 정지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우리나라(일본)의 의견이 전혀 다른 상황에서 등록된 것은 중립적이고 공정해야 할 국제기관으로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압력성 발언도 덧붙였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유네스코의 사업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제도 개혁을 요구하겠다고도 했다. 난징 대학살로 희생된 사람이 30만명 이상이라는 중국 측의 주장은 ‘과장’이라는 것이다.
난징대학살 문건의 세계기록 유산 등재는 지난 9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 12차 회의에서 최종 결정됐다. 이 회의는 한국의 유교책판과 이산가족 생방송 기록물의 등재도 확정한 자리다. 중국이 난징대학살 문건과 함께 등재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자료는 등재 목록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번에 등재가 결정된 난징대학살 문건에는 일본군이 1937년 난징을 점령하고 6주일 동안 시민과 무장해제 상태인 중국 군인을 학살한 사건 기록과 종전이후 전쟁범죄자의 재판기록물이 들어 있다.
난징 대학살 자료의 등재 결정 이후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유네스코 분담금 지급 정지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유네스코 분담금은 작년 기준 약 37억엔(약 352억원)으로 전체의 약 11%에 해당되며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규모다.
일본 정부가 난징대학살과 같은 전쟁범죄의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 기록이 세계인을 위해 보전되고 공유된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기록유산은 세계인의 역사 교과서에 버금가는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유네스코의 기록유산 사업이 인류 모두의 소유물을 보전하고, 미래세계에 전수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점에서 그렇다. 일본은 지난 7월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한국인의 강제노역을 인정하는 토의 요록을 남기기로 약속해 등재에 성공했다. 하지만 등재결정 이후 일본 정부는 ‘강제노동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억지를 부렸다. 결국 최근 세계유산위원회가 강제노역을 인정한 내용을 담은 토의 요록을 홈페이지에 공식 게재함으로써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한국은 이미 방대한 분량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기록물을 확보해 세계기록유산 등재 후보로 올려놓고 있다. 이 기록물이 등재 신청 최종 후보로 선정되면 2017년에는 세계기록유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의 태도를 볼 때 기록물 등재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설 것이다. 일본의 침략역사가 남긴 범죄행위는 왜곡한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
일본으로부터는 과거의 잘못된 행동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인류공동체의 평화로운 발전을 도모하는 성숙한 자세를 볼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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