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국
해리 할아버지들과 샐리 할머니들 사이로
가을의 새 잎들이 툭툭 떨어져 내린다
햇볕이 검버섯들을 공평하게 말려주는
오후 네시
좀처럼 다가서지 못하고 웅크리는 나무벤치들
둥글게 둥글게 짝 빙글빙글 돌아가며
꿈을
입구로 들어와서 입구로 나가야 하는
여기서는 아무렇게나 지껄여도 된다
모두가 함부로 살지는 않았으므로
빛이 바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닥치는 일
서로 모르는 채로
해리 할아버지들과 샐리 할머니들이 낄낄거릴 때마다
가을의 붉은 잇몸이 합죽합죽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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