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현금-전통과 현대의 조우전

▲ 김택기 작가의 쇳물잔해 제작 과정.

무형문화재 장인·젊은 미술작가

예술세계 공유·작업 결과물 전시

12월 6일까지 음성철박물관

12월 31일까지 진천종박물관

 

(동양일보 김재옥 기자)전통과 현대미술의 조화, ‘무현금-전통과 현대의 조우’전이 오는 12월 6일까지 음성철박물관에서, 12월 31일까지는 진천종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철박물관과 종박물관, 삼화대장간, 한국 전통철 문화연구소, 보은대장간 등에서 무형문화재 장인들과 젊은 미술작가들이 서로의 예술세계에 대해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을 거쳐 작품전으로 결실을 맺게 됐다. 6개월간 서로가 서로를 관찰하는 시간을 갖고 이후 각자 자신들만의 스토리로 작업한 결과물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전통을 이어가는 장인들의 모습을 ‘무현금’, 동시대의 현대 예술가들을 ‘유현금’으로 같은 거문고라 할지라도 그 줄이 있고 없음으로 인해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것처럼 전통예술과 현대예술의 관계도 이 같은 원리로 풀어낸다.

철박물관 전시에 참여한 김택기 작가는 평소 ‘태권브이’를 철재들로 구성해 야외 설치 작업을 주로 하던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이러한 대표적인 작업 이외에도 철박물관에서 함께 워크숍과 프로젝트를 진행한 삼화대장간, 보은대장간, 한국 전통철 문화연구소의 무형문화재 및 도검장, 전수교육조교 등의 작업 과정 중에 부산물로 나온 철들을 이용한 인간 군상들을 제작해 철박물관 야외 전시장에 설치했다.

전통 민화적 소재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그려내고 있는 홍지연 작가의 경우 쇠가 녹아서 새로운 물건의 재료가 되는 작업들에 대해서 기존의 작품 소재에 덧대어 평면 작업을 선보인다.

소비사회의 대표적인 부산물인 각종 상표택을 이용해 조형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심경보 작가는 모시와 한지 등으로 한국 전통 조각보의 형태로 바느질한 뒤 여러 피스의 장면들 가운데 도검(칼)의 모습이 드러나는 작업을 전시한다. 또 철재를 이용한 라인으로만 한옥의 처마와 기와의 모습들을 입체적으로 제작해 공간에 대한 여러 시선을 작품으로 확장시키는 백승호 작가는 백승현 작가와 협업으로 각 대장간에서 촬영한 무형문화재 장인들의 도구들에 중점을 두고 이를 관찰해 가는 사진작업을 진행했다. 철의 재련과정부터 시작해서 장인들의 손을 거쳐 비로소 탄생하는 철에 대해 현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의 시각에서 다시금 살펴보는 의미를 담아낸 박진희 작가의 영상 작품 등이 철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종박물관 10주년 기념전’에 참여한 작가 가운데 권병준 작가는 사운드퍼포먼스와 영상 및 설치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권 작가는 1990년대 가요계에서 ‘삐삐롱스타킹’의 일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뮤지션이었으나 이후 네덜란드 유학 등을 통해 기존의 음악 작업에 다른 형태로의 작업 영역을 진행하고 있다. 청각적인 활동인 사운드를 구체적인 시각적 이미지로의 치환에도 관심이 있어 사운드 퍼포먼스 작업들을 해 오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한국 전통 범종의 타종시 여운으로 들리는 저음역대의 ‘맥놀이’에 초점을 맞춰 퍼포먼스와 다큐멘터리 작품을 진행할 예정이다. 권 작가의 연주는 오는 17일 오후 4시 개막공연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탁본 방식으로 작품을 구현하고 있는 작가 정희우 작가는 종박물관의 전시된 종들을 탁본으로 떴고, 한국 전통 종에서 문양으로 들어간 각종 비천 등을 작품의 소재로 은박과 금박으로 작업한 김선태 작가, 스테인리스 스틸로 종의 소리가 주는 울림을 형상화한 최재연 작가, 타종시 울리는 종의 순간적인 모습들을 사진으로 포착한 나승열 작가, 종의 제작과정 등을 담담하게 쫓아 영상작업으로 제작한 유비호 작가, 유머러스한 코드가 숨겨있는 유승호 작가의 신작들이 종박물관 전시에 소개될 예정이다.

원보현 종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대다수의 현대인들이 전통과 현대문화 사이에 맥이 끊겼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전통에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무관심 속에서도 전통문화를 힘겹게 이어가는 장인들의 노력에 의해 한국의 문화는 지금도 건재하고, 그 덕분에 이번 전시에서 전통문화가 현대작가들의 작품에 초석이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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