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일

내 입술을 탱화 밑그림쯤으로 여기는 어머니가 묻는다.

상추가 굴비처럼 억세지 않더냐?

어머니, 택배요금보다 상추 값이 더 …

내 투덜거림 다 내뱉지 못하도록 다물린 입술에

상추 씨앗 놓는 간격으로 침묵을 심는다.

내 입은 나와 나를 오가는 다인칭이 된다.

땡볕과 밤이슬을 왕복한 상추이니

회귀어 지느러미처럼 짓무른 자리는 도려내고 씹어라.

내가 몇인지 모르는 어머니는 한사코

입술 연주법을 일러주는 것이다.

어머니, 전 이슬처럼 장엄한 밤을 다녀온 적 없어서

복화술 할 줄 몰라요, 혼잣말로 대답하면

상추 잎에서는 출가승의 발자국 맛이 돌고

발자국은 풍경(風磬)처럼 흔들리며 나를 떠난다.

걸어내야 할 길에 묶이는 저 첫걸음들이

잘록하게 말라 나에게 돌아오면, 돌아온다면,

어머니 방에 매달렸던 굴비와

탯줄에 묶였던 내 입술이 삼위일체를 이뤄

나는 나의 윤곽을 그려낼 수 있는 침묵에 들어

나는 나의 미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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