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청권→세종' 이주민 증가세…인구 감소로 주택수요 둔화

(동양일보 임규모 기자) 세종시 출범 이후 충청권 인구와 자본을 빨아들이는 이른바 '세종시 블랙홀'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충청권 부동산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8일 부동산 업계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에 따르면 세종시에서는 신규 단지가 대거 쏟아지고 지난 3월부터 7개월 연속 미분양 아파트 '제로' 상태를 이어가는 등 분양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세종시에서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약 8만여 가구가 공급됐는데 2017년까지 약 4만여 가구가 추가 분양될 예정이다.

36개 중앙행정기관이 작년 12월 세종시로의 이전을 마무리하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등 도시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면서 대전을 비롯한 충청권 인근 지역에서 새 아파트를 찾아 전입하는 인구도 늘고 있다.

세종시 인구는 작년 10월 이후 전입자가 매월 3000명을 넘어서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데 세종시 전입 주민이 많은 전출지는 대전, 경기, 서울, 충남, 충북 순이다.

국가통계포털의 인구통계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가 광역자치단체로 공식 출범한 2012년부터 작년까지 대전에서 전입한 주민은 1만4094명이었고 올해는 8월 말 현재까지만 1만7464명이 이주했다.

청주에서는 2012년부터 지난 8월 말까지 1만3733명, 천안에서는 4073명이 세종시로 전입했다.

인구 유입이 계속되면서 지난달 중순 세종시의 인구는 20만명을 넘어섰고 이르면 올 연말까지 21만명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종시 출범 당시 인구는 10만3000여명으로 불과 3년 만에 인구가 2배로 늘어난 셈이다.

늘어나는 인구를 겨냥해 건설사들도 분양 물량을 쏟아내면서 충청권 수요자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세종시에서는 2010년 1582가구가 분양된 이후 2011년 분양가구 수가 1만95가구로 급증했다.

이어 2012년 1만8775가구, 2013년 1만3297가구, 2014년 1만3625가구가 공급되는 등 매년 1만여가구 이상 꾸준히 쏟아지고 있다.

올해는 1만3235가구, 내년에는 2862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분양물량이 쏟아지면서 세종시 아파트값은 2012년과 2013년 각각 4.43%와 4.62% 상승했고 작년에 잠시 0.81% 하락했다가 올해 9월 말 현재 작년보다 3.77% 올랐다.

전셋값도 지난해 11.56% 떨어졌다가 올해는 9월 말 기준 4.83% 올랐다.

반면 세종시 주변 충청권의 아파트값과 전셋값은 상승폭이 점점 둔화하고 있다.

대전의 아파트값은 2011년 12.92% 올랐으나 2012년에는 2.33% 떨어졌고 2013년 0.59% 상승한 이후 작년에 다시 0.6%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는 9월 말 현재 0.14% 올랐다.

전셋값은 2011년 3.94% 올랐고 2012년 0.61%, 2013년 7.8% 올랐다가 작년에는 0.31% 하락했다. 올해는 9월 말 기준 1.92% 올랐다.

논산의 경우 아파트 값은 2011년 11.21% 올랐으나 2012년에는 0.93%, 2013년에는 0.8%로 상승폭이 급격히 줄었다. 이후 작년에는 1.65% 떨어졌고 올해도 1.51% 하락했다.

전셋값은 2011년 16.9%, 2012년 0.77%, 2013년에는 3.48%로 줄곧 상승하다가 작년에 0.94% 떨어진 이후 올해 9월 말 기준 0.41%로 소폭 상승했다.

2017년까지는 분양물량이 쏟아지고 2020년까지 입주가 이어질 예정인 만큼 세종시 부동산 시장의 호황은 당분간 계속되고 블랙홀 현상에 따른 인근 지역 부동산시장 둔화도 계속될 전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세종시에서 분양 물량이 대거 쏟아지는데 1∼2년 뒤 입주가 시작되면 수도권뿐 아니라 충청권 주민의 전입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인구가 줄면 주택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충청권 주택수요 둔화는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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