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석준 기자)청주시민들에겐 주말마다 고민거리가 생긴다. 모처럼 가족과 부담 없이 나들이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서려 하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청주의 대표적 관광코스로 상당산성과 청남대, 대청댐, 문의문화재단지, 상수허브랜드, 미동산수목원, 초정약수, 운보의 집, 수암골 등을 꼽지만 시민들과 타 지역 관광객들의 재미와 감동을 충족시키기엔 규모나 프로그램 면에서 열악한 실정이다.

청주의 음식도 대체적으로 무난하다는 평을 듣지만 특색 있는 청주만의 음식은 없다. ‘시오야끼(소금구이)’라 불리는 삼겹살을 청주의 대표음식으로 꼽긴 하지만 고기를 간장에 담갔다 굽고 파무침을 고추장에 걸쭉하게 무치는 정도를 가지고 청주의 대표요리라고 자부하기엔 왠지 낯 뜨겁다. 또 청주시에서 추진한 ‘청주한정식’은 정체성이 없어 유야무야 사라진지 오래다.

청주토박이의 한 사람으로서 자칫 애향심이 적어 청주를 비하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타 시·도의 볼거리와 먹거리 명소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도시이미지 제고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인 것이다.

작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의 청주서문시장 내 삼겹살특화거리를 방문한 이후 거리정비와 주차장 확보 등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졌지만 서문시장 삼겹살거리가 일반 동네 삼겹살집과 비교했을 때 맛과 가격, 접근성에 있어 과연 어떤 경쟁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반면 청주의 옛 포장마차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꽤 많다. 특히 다리위에서 무심천 야경을 안주삼아 술잔을 부딪치던 서문교 풍물야시장의 추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1995년 도시미관 저해와 노점상 양성화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사라져간 풍물야시장.

청주시는 그 자리에 3억 원짜리 다리 조형물을 설치하고 시민 휴식공간으로 꾸몄지만 이 곳을 찾는 시민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전시·탁상행정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배를 형상화했다는 서문교의 조형물은 마치 뼈다귀처럼 보인다고 해서 일명 ‘뼈다귀다리’로 불려 인근 뼈다귀해장국집의 전용 구조물로 취급받고 있다. 이 조형물의 야간조명을 교체하는 데에만 1억6000여만 원이나 들었다.

최근 청주시는 서문시장 삼겹살 거리 내에 군것질 거리와 공예품 등을 판매하는 가판대를 설치·운영하며 옛 풍물야시장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기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부에선 서문교의 조형물을 그대로 살린 채 투명한 재질로 부스를 만들고 수도와 화장실, 조명시설을 갖춰 위생적이고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포장마차거리를 만든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얼마든지 새로운 관광명소로 탈바꿈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명소가 된 서울 동작대교의 커피숍과 전주 남천교의 한옥쉼터처럼 서문교에 포장마차거리가 조성된다면 서문교를 기점으로 한 삼겹살거리와 성안길, 육거리시장으로 이어지는 관광벨트가 형성돼 더욱 경쟁력 있는 청주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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