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규상(편집국 부국장 / 충주지역 담당)

▲ 윤규상(편집국 부국장 / 충주지역 담당)

최근 제천지역에서 아파트 분양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다.
지방에서 그만큼 수요가 있는지와 완전 분양은 미지수지만 아파트를 짓는 대형 건설사 입장에서는 시공능력 평가와 직결되는 문제로 회사 존립과 연결돼 있다.
‘너도 나도’ 아파트 건설에 나서고 있는 주된 이유의 하나가 대형 건설사들이 국가나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공사에 입찰 시 반드시 적용되는 시공능력 평가액 때문이다.
관련법에는 입찰 순위를 정하는 항목으로 사전적격심사라는 제도가 있고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입찰에 참여할 경우 반드시 이 심사를 통과해야 낙찰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시공실적 관리 때문에 대기업 건설사들이 아파트 건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파트 건설 참여방식은 단순히 아파트만 지어주는 방식과 별도 회사가 부지 매입을 비롯해 신탁회사가 참여해 아파트 건설을 보증해주고 수수료를 나눠 갖는 시행사 방식이 있다.
단순히 아파트만 지을 경우 신탁회사의 보증으로 적정 이윤이 보장된 계약금액으로 대기업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짓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 건설사들은 지역 업체들에게 최저가를 요구하고 한발 더 나아가 일부 업체들은 이 같은 요구에 응하고 있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제천 강저택지지구에서 아파트 863세대를 건설하고 있는 롯데건설이 업계의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제천시 분양가심의위원회에서 정한 이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654만원으로 제천지역 최고가격이다.
하지만 시행사 측은 이 같은 명성이 부담스러운 듯 10만원 내린 645만원으로 분양가를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선심(?)’을 쓴 시행사 측과 롯데건설 측은 지난달부터 제천지역 레미콘 업체를 대상으로 최저가를 요구하는 ‘갑질’ 근성을 드러내 문제가 되고 있다.
제천지역 일부 레미콘 업체들은 표준단가 보다 무려 ‘반 값’에 가까운 수준으로 롯데건설 측과 계약해 그 배경에 의구심이 들고 있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성장한 제천지역 업체가 시민을 ‘호갱(뭔가 어수룩해 이용하기 딱 좋은 손님을 뜻하는 신조어)’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55% 가격 수준이 원가 이하이며 시장 질서를 해치고 품질 저하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조건 저가입찰을 적용해 ‘싼 가격’에 물건을 납품받겠다는 롯데건설 측이 분양하는 아파트 브랜드는 사전적 의미로 최고라는 뜻과 회사명을 합한 ‘롯데캐슬 프리미어 아파트’다.
무조건 최저가를 고집하는 롯데건설 측이 ‘프리미어’라는 낱말을 붙인 아파트를 국민들에게 팔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원가절감으로 이윤을 남기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 ‘프리미어 아파트’라고 붙인 롯데건설 측의 입장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값 싼’ 자재로 월갈르 절감한 아파트 분양가를 더 낮춰야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아마도 눈길을 마주치지 않을게 분명하다.
‘값 싼’ 자재를 사용해 만일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경우 그 피해는 ‘프리미어 아파트’를 분양받게 될 대다수 제천시민 몫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지난 2010년 롯데건설이 342세대를 지은 뒤 분양한 제천 장락동 롯데캐슬 아파트에서 살펴볼 수 있다.
입주한 지 14년이 지난 이 아파트 입주민들은 벌써부터 이곳저곳에서 수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한 입주민은 “세계 일류기업을 지향하는 롯데 측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창피해할 줄 모르는 기업”이라며 이 아파트를 지은 롯데건설 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최근 롯데그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형제의 난’ 같은 사태가 이 같은 현장중심 경영 및 지역주민을 무시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롯데건설 측은 이런저런 지역사회의 요구를 무시할 경우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되고 ‘프리미어’를 주장하려면 현장 목소리에 귀기울여줄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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