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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통한 치유와 소통-47. 분노란 무엇인가?
문학을 통한 치유와 소통-47. 분노란 무엇인가?
  • 동양일보
  • 승인 2015.10.1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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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잘 관리하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화난 표정을 함부로 내지 않는다. 화난 행동도 함부로 보이지 않는다. 마음 다스림이 삶의 다스림임을 아는 사람이다.

화(분노)란 모멸감에 대한 방어의 표현이며, 위협받는 가치를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자신이나 친구가 정당하지 못한 멸시를 받았을 때 이를 복수하기 위한 괴로운 욕망’(아리스토텔레스)이며, ‘타인에게 해악을 끼친 어떤 사람에 대한 미움이다.’(스피노자)

우리나라 사람의 분노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원칙 없이 국민을 윽박지르는 지도자들의 국가관리, 직장에서의 차별대우 그리고 교통체증과 같은 사소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화나는 일 투성이이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고, 자신의 진심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화가 난다. 부당한 일을 겪게 될 때 화가 불같이 일어난다. 모욕감이나 위협감을 느낄 때, 신체적 정신적 구속을 당할 때, 배신을 당하거나 부당한 재산 손실을 입었을 때. 신뢰관계가 깨지는 때, 자신이 견고하게 유지해 왔던 원칙이 허물어질 때 등 하나는 일이 참으로 많다.

화가 났을 때는 신체적인 변화가 온다. 부아(허파)가 끓어오르고, 폭발할 듯이 머리가 뜨겁다. 화났을 때의 표정이나 행동은 더욱 다양하다. 콧방울이 커지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한다. 입을 꾹 다문다든가 상대를 노려보기도 한다. 위협적으로 대화하고, 주먹으로 물건을 치고, 문을 꽝 닫기도 하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기도 한다. 내향적인 사람은 도피하거나 자기비판을 하면서 분노를 잘 통제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성격이 급한 사람, 이기적인 사람, 편협한 사람은 대체로 화를 잘 낸다. 또한 자존심이 강한 사람, 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도 화를 잘 참지 못한다. 가장 위험한 사람은 욱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큰 사건은 대부분 홧김에 하는 행동들이다.

부처님이 선업을 쌓는 일이 계속되자 이를 질투한 한 사람이 부처님을 찾아왔다. 모래를 한 주먹 움켜쥐고 있다가 부처님 얼굴에 확 뿌렸다. 그때 마침 부처님 쪽에서 바람이 불어와 부처님에게 모래를 뿌린 사람이 뒤집어썼다. 부처님은 이 예를 들어 제자들에게 가르쳤다. 화를 내도 상대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화를 낸 사람에게 되돌아간다, 그러니 누가 화를 내도 받아들이지 말라고.

이 이야기의 본질은 받아들임의 태도에 관한 말이다. 상대의 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화는 화낸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뜻이다. 이는 상대의 화에 화로 반응하여 화를 입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자기수양이 깊은 사람일수록 이런 받아들임이 수월할 수 있겠지만 보통사람들이 실천하기엔 매우 어려운 받아들임이다.

‘화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만 분노를 드러낸 당사자에게는 더 많은 피해를 끼친다.’(톨스토이) 그래서 화를 잘 내는 사람은 관계 형성이 뜨악해지고 직장인은 연봉이 떨어지고 가정에서조차 신뢰를 얻지 못한다. 화의 감정이 일면 온갖 장애물이 눈앞을 가리워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즉석에서 화를 낸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화의 감정 표현을 늦춘다. 하루 동안에 자신의 화를 깊이 들여다보면 차차로 마음이 가라앉는다. 화가 난다고 즉각적으로 말해버리면 감정이 폭발할 우려가 있다. 어떤 연유로 생긴 화든지 24시간만 늦춘다면 화로 인한 화를 면할 수 있게 된다.

나를 화나게 한 사람에게 분노의 감정을 말하는 것도 화를 삭이는 지혜로운 방법이다. 그런 말 또한 하루 정도 늦추어서 말하는 게 좋다. 엉뚱한 사람에게 분노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특히 삼가야 한다. 이는 일시적으로는 분노가 가라앉을 수 있으나 근본적인 치유가 힘들다. 직접 당사자에게 말해야 속이 후련하게 풀린다. 간접 소통보다는 직접 소통이 효과적이다.

<청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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