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신홍경 기자)충북롤러가 96회 전국체육대회서 망신살을 뻗쳤다. 한 코치가 지난 17일 열린 경기에서 선수가 실격됐다는 이유로 수백여 관중이 보는 앞에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이 광경을 목도한 관중들은 경기현장에서 아직도 폭행이 횡행하느냐며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선수가 잘못했어도, 많은 사람이 있는 데도 저럴진대 뒤에서는 어떨 것이냐며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안 그래도 충북롤러는 이번 대회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판에 이런 불상사까지 겹쳐 선수단 사기가 말이 아니다.
충북롤러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선수들을 위한 해당 코치의 사랑이 넘쳐 빚어진 일”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아니다. 진정 선수들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선수 입장을 헤아려 실격당해 얼굴을 들지 못하는 어린 선수를 다독거렸어야 했다. 한번 실격당했다고 선수생활을 그만 둘것도 아니지 않은가.
물론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채찍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감수성이 예민하고 한창 운동해야 할 고등학교 1학년 어린 선수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언을 한 것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코치는 도교육청이나 체육회 소속이 아니고 어릴때부터 이 선수를 지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자격으로 경기가 열린 강릉까지 와 선수가 뛰는 모습을 지켜보려 한 것은 대단한 열의다.
하지만 이 코치가 선수에게 욕설을 하고 폭언을 퍼붓는데도 주위에 있던 관계자들이 제지조차 안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충북롤러는 전국체전에서 전통적인 효자종목이다. 올 체전에서 기대이상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낙심할 수는 없다. 이번 일을 거울삼아 충북의 효자종목으로 다시 우뚝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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