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취임후 3번째 시정연설…5부요인과 티타임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노트북에 '국정교과서 반대, 민생우선' 등의 인쇄물을 부착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듣고 있다.

(동양일보)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취임 이후 3번째 국회 시정연설에서 단호한 어조와 태도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이 국정화에 반대하는 인쇄물을 본회의장 좌석 컴퓨터 모니터에 붙인 채 '침묵시위'를 벌이고, 박 대통령의 연설에 박수를 치지 않는 등 항의의 뜻을 전하면서 연말 예산정국의 험로를 예고했다.

통상 취임 후 첫해 예산안 시정 연설만 직접 해 온 전임 대통령들과는 달리 헌정사상 처음으로 집권 3년 연속 국회를 찾은 박 대통령은 오전 9시 41분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했다.

짙은 회색 정장 차림으로 승용차에서 내린 박 대통령은 곧바로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의 안내를 받으며 티타임 장소인 국회의장실로 향했다. 이병기 비서실장, 현기환 정무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이 박 대통령의 뒤를 따랐다.

박 대통령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면서 웃는 표정으로 "제가 늦은 거 아니죠"라고 물은 뒤 정의화 국회의장실에서 5부 요인과 여야 지도부와 비공개 환담 시간을 가졌다.

이런 가운데 여야 의원들은 오전 10시로 예정된 시정연설을 듣기 위해 본회의장으로 속속 입장했으나 입구에서 '국정화 철회' 등을 적은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인 정의당 의원들은 '보이콧'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항의하는 의미로 '국정교과서 반대' '민생 우선' 등의 구호가 적힌 인쇄물을 본회의장 의석의 컴퓨터 모니터 뒤에 붙여놓고 시위를 벌였다.

이에 정의화 의장은 마이크를 잡고 "야당 의원, 특히 지도부에 부탁한다"며 "우리가 삼권 분립의 나라로서 행정부나 사법부에 예(禮)를 요구하듯이 우리도 행정부나 사법부에 예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인쇄물 제거를 요구했다.

또 "(연설이) 끝나고 난 뒤에 로텐더 홀에서 (인쇄물을) 갖고 얼마든지 여러분의 뜻을 언론에 표할 수 있다"며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야당의 돌발 행동으로 박 대통령의 연설이 늦어지자 여당 지도부는 김 대표 주위에 모여 대책을 숙의했고,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 의석을 향해 인쇄물 제거를 종용하기도 했다.

정 의장의 거듭된 요청에 야당 지도부도 문 대표 주위에 모여 인쇄물 제거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국 시위 방침을 굽히지는 않았다.

결국 박 대통령은 야당 의원들의 '인쇄물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예정보다 약 15분 늦게 본회의장 연단에 올랐으며,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로 맞이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기립한 채 박수는 치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의 '반쪽'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오른 박 대통령은 약 42분에 걸친 연설에서 경제 활성화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4대 개혁 관련 법안을 비롯한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와 국회에 계류 중인 한·중,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비준을 위한 국회 차원의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다소 격앙된 톤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간간이 목소리에서 떨림이 전해지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의 마지막 기립 박수 속에 연설을 끝마친 박 대통령은 정 의장이 있는 연단으로 몸을 돌려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했고, 이어 2열로 도열한 여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 정중앙 출구를 이용해 퇴장했다.

원유철 원내대표와 서청원·김태호 최고위원 등을 비롯한 지도부는 의석 맨 뒷열에 서서 박 대통령과 웃으며 악수 인사를 나눴고. 김무성 대표는 대통령을 차량까지 배웅하기 위해 먼저 본회의장을 빠져나와 입구에서 대기했다.

최근 청와대와의 갈등 끝에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유승민 의원은 이날 시정연설 내내 자리를 지켰다. 때때로 박수를 치는 모습도 포착됐지만 연설이 끝난 뒤 의원들과 박 대통령이 인사를 나눌 때에는 먼발치에 서서 지켜볼뿐 무리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반면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퇴장할 때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거나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먼저 자리를 뜨는 모습을 보였다. 야당 의원들은 연설 중에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들을 중심으로 미리 준비해온 역사교과서를 펼쳐 읽는 모습을 내보이며 '무언의 시위'를 이어갔다.

무엇보다 이날 박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모습을 보인 40여분간 야당 의석에서는 단 한 차례의 박수도 나오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입·퇴장을 포함해 이날 연설에서 모두 56차례의 박수를 받았다. 이는 지난 두 차례의 시정연설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선 35회, 두번째 연설에선 28회의 박수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앞선 연설에서는 새정치연합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도 수동적으로나마 새누리당이 주도한 박수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야당이 전혀 박수를 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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