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아라 기자)근로자가 즐거운 직장생활과 행복한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족친화경영을 하고 있는 충북도내 기업·기관들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기업이 가족친화경영을 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고 경영층의 관심과 의지다. ‘최고경영층의 리더십’은 가족친화기업 인증제도 심사 요소 중 배점이 20점(100점 만점)에 달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충북도내 가족친화인증기업·기관 중 제천운수, 토마스케이블,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세 곳의 대표와 만나 인터뷰 했다. 다음은 세 대표들과의 일문일답이다.

 

● 민장기 제천운수 대표

 

 

 

 

 

 

 

 

“직원·승객을 진정한 가족처럼”

‘에코드라이빙’ 통해 가족친화자금 제공

교통사고 줄고 에너지 절약 효과 톡톡

 

 

- 회사 내에서 가족친화제도를 운영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몇 년 전 직원 중 한 분이 안전사고가 났었어요. 차 정비를 하다가 손가락이 말려 들어가 잘린 거에요. 그 분 문병을 가고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회사에서 자녀들의 학비 마련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때 처음 등록금의 30% 지원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 분이 지금도 근무하시는데 얼마 전에는 “대표님이 아니었다면 아들을 졸업시키지 못했을 것”이라며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가족친화제도는) 그렇게 시작이 됐죠. 지금은 반값등록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 가족친화인증은 어떤 계기로 받게 되셨나요?

“처음에 여성가족부에서 공문이 왔어요. 호기심에 한번 체크해봤는데 처음에는 10점이 간신히 넘었어요. 그래도 45년 된 회사인데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그렇게 인증 제도를 처음 접했어요. 저희가 2013년에 인증을 받았는데 당시만 해도 굉장히 낯선 제도였어요. 충북에서 인증 받은 것은 아마 중소기업 중에서는 저희가 처음이었을거에요. ISO인증을 시내버스회사로서는 최초로 받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족친화인증에도 도전해 보게 된 거죠.”

 

당시 충북에서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기업·기관은 손에 꼽힐 정도였고, 관련 설명회도 열리지 않았다. 민 대표는 서울까지 가서 설명회를 듣는 열성을 보였다.

 

- 제천운수에서 운영하는 대표적인 가족친화제도는 어떤 것이 있나요?

“에코드라이빙을 하면서 이로 인해 발생된 이익금을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로 나눠줘 가족친화자금으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차량에 장착된 타코미터를 통해 매일 속도 및 rpm, 급제동, 급출발 등이 모두 정확한 데이터로 출력돼요. 이렇게 매일 관리하니 교통사고가 현저히 줄고 전년대비 유류대도 상당히 절약할 수 있었어요. 저희 회사 전 직원 70명은 각각 ‘가족친화통장’을 갖고 있어요. 본인이 줄인 금액만큼 이 통장에 가족친화자금으로 입금해 줍니다. 통장을 공개할 경우 추가로 인센티브를 더 지급하기도 해요.”

-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내셨나요?

- “진정성이에요. 단순히 캐치프레이즈만 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진짜로 이걸 해야 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되지도 않고 따라오지도 않죠.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주인공이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가족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었어요. 가족 간의 사랑 때문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게 그 영화의 의미 아니에요. 그 영화를 보면서 우리 회사의 컨셉과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우리 차장(운전기사)분들에게 그런 말씀을 드려요. “여러분은 도사”라고요. 사람들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일을 하잖아요. 진정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내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동시키면 도사가 된다는 거죠. 그래서 저희 직원들도 정말 최선을 다해 승객분들이 다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 성용규 토마스케이블 대표

 

 

 

 

 

 

 

 

“이익보단 남녀평등·행복한 삶에 초점”

전 직원 해외 연수로 역량 강화

인증 후 직원 스스로 경각심 가져

 

- 이전부터 가족친화, 여성친화적인 제도들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계셨나요?

“저희 회사가 여성을 위해 고민을 많이 하는 기업이라는 것은 직원들이 아마 더 잘 알고 있을 거에요. 그 기반에는 제 개인적인 삶의 철학이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삶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참 많이 했어요. 성장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인권에 대한 고민을 했죠. 그래서 지금도 여성을 차별하면 안된다는 것을 상당히 강력하게 주장하는 편이고요. 30년 전 이 일을 시작할 때부터 특별히 남녀의 구별을 두지 않았어요.”

 

-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여성 직원이 출산을 하고 육아휴직을 쓰면 기업주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죠. 기업인들 모임에서 그런 얘기를 꺼내면 70%는 ‘그러니까 남자 써야 돼’라는 결론을 내린다고요. 그런데 저는 다행스럽게도 나머지 30% 안에 들어서 ‘그래도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성들은 살기 불편한 지구가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죠. 이익보다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행복하냐에 초점을 두고 있으니까 우리 회사가 다른 회사보다 돈은 좀 덜 벌지 몰라도 행복감은 훨씬 높다고 생각하죠.”

 

- 주기적으로 전 직원 해외 연수를 실시하고 계신데요?

“회사가 많이 성장한 해에는 보너스 겸 해서 가는 거죠. 전 직원이 다 가니까 한 번에 2억~3억원씩 들어요. 그러면 직원들이 가끔 그래요. “그거 안 가고 보너스로 100% 주면 안 되냐”고요. 그런데 그거 하나만 보면 2억, 3억 나누는 게 더 이익이 되겠지만 우리가 살면서 갖춰야 될 건 다 골고루 갖추게끔 해주는 거예요. 같이 여행 갔던 저희 식당 아주머니들은 막 눈물을 흘리면서 “태어나서 해외를 처음 가봤다”는 거예요, 그 때 제가 이런 일을 하는 게 참 행복하다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그냥 노는 게 아니고 창조할 수 있는 마인드를 배울 수 있으니까 좋고요. 새로운 사고의 틀을 만들어 주는 거에요.”

 

- 2010년 충북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와 일촌 기업 협약을 맺었고, 지난해 가족친화인증을 받으셨는데 이후 변화한 것이 있나요?

“인증을 받았다고 하면 일단 직원들에게 이슈가 되잖아요. 대외적으로도 그렇고. 그러면 저희를 보는 눈도 달라지기 때문에 위상도 올라가고요. 직원 스스로 “우리는 가족친화기업이니까 가족과 관련된 일을 기피하면 안되는 거야”라고 느낀다고요. 또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 전파해나갈 수 있는 모티브가 되는 거에요. 그러니까 무척 중요한 거죠. 특히 여성들은 굉장히 뿌듯해 하죠. 옛날 사고를 갖고 있는 임원들도 조금씩 변해가요.”

 

 

 

● 류호영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장

 

 

 

 

 

 

 

 

 

출산·육아 배려…근로자 부담 최소화

“계약직도 육아휴직 가능… 경력단절 해소”

가족친화경영 직원 참여·실천 중요

 

- 이곳에서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어떤 제도들을 운영하고 계신가요?

“다양한 출산·양육 관련 제도를 갖추고 있으며 단시간·유연근무제도를 활용해 근무 시간을 탄력 있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없이 제도를 운영합니다.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해 어린이집·유치원 등·하원 등의 사유로 연간 30~40명이 이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매주 금요일은 ‘가족친화의날’로 정해 정시에 퇴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임산부에 대해 ‘예비맘 표식제’를 운영하며, 간호전문가를 ‘임산부 보건담당자’로 지정해 건강한 출산을 위한 임산부 교육과 건강관리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 특히 육아휴직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 “저희 원은 출산·육아지원 제도가 가장 모범적인 기관이라고 자부합니다. 경력단절여성이 없어요. 거의 100% 복직됩니다. 평균연령 37.3세의 젊은 조직이라 출산하거나 육아를 하는 직원이 많아요. 육아휴직제도를 신청한 전원에 대해 승인합니다. 남성·여성 근로자를 불문하고요. 지난해에는 남성 3명, 여성 7명이 육아휴직을 냈고 올해는 오히려 남성이 더 많이 육아휴직을 냈어요. 결혼연령이 늦어지면서 간부직도 육아휴직을 이용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 가족친화경영을 도입하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인가요?

- “가장 큰 변화는 근로자의 근로의욕 고취를 통한 노사협력이라는 시너지 효과입니다. 저희 원은 지난해에 생산성대상 산업통상자원부 노사협력부분 장관 표창을 받았고 올해는 4회 인구의 날 대통령 기관 표창을 받기도 했어요. 11년간 대통령 기관 표창을 받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에요. 직원들이 직장에서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는 5개월 간 인턴을 한 직원들이 일·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원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 기회가 되면 계속 일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저는 늘 ‘직장은 제2의 가정’이라고 얘기하고 가정을 가진 근로자들이 부담을 최소화하며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 기업·기관 내에서 가족친화적인 문화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CEO의 의지와 전 직원의 참여·실천입니다. 저는 부임 후 가장 먼저 핵심가치를 재정립해 유연한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 가족친화 조직문화의 초석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전 직원의 참여와 실천이 중요합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합니다. 운영상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여유 인력이 거의 없어 어려움이 있기도 합니다. 그래도 함께 고통을 분담한다는 마음이 가족친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조직 내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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