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사문화연구원 "높은 예술성과 자의식 표현"

▲ 단양 수양개 6지구에서 나온 사람 얼굴 모양 추정 돌조각.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제공>

(단양=동양일보 장승주 기자) 후기 구석기시대 유적인 충북 단양의 수양개유적에서 사람 얼굴을 새긴 것으로 보이는 자그마한 돌조각이 확인됐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은 충북 단양군 적성면 하진리 남한강가에 있는 수양개 6지구에서 지난해 발굴한 유물을 확인하던 중 '얼굴 모양 돌조각'을 찾아냈다고 2일 밝혔다.

성인의 엄지손톱 크기인 이 돌조각은 가로 2.29㎝, 세로 1.57㎝이며, 약 3만5천년 전의 문화층에서 출토됐다. 연구원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등 4개 기관에 이 토층의 시료를 보내 연대를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경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연구원은 "구석기 사람들이 얼굴 형태를 표현하기 위해 선을 그은 것으로 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돌에 새겨진 선들을 얼굴 모양으로 추정하는 이유에 대해 "현미경으로 유물을 살피면 입 부분의 가운데를 살짝 아래쪽으로 그려 인중을 나타냈고, 돌의 전반적인 형태가 이마와 턱을 연상시킨다"고 밝혔다.

이어 "3만년에서 3만5천년 전의 후기 구석기시대 유물은 선을 그은 것만으로도 예술품으로 간주된다"면서 "얼굴 모양을 새긴 돌조각은 동시대 유물 중 매우 희귀하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예술성과 자의식이 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이 돌조각에 대한 연구 결과를 2∼3일 충북 청주 충북대에서 개최되는 20회 수양개 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한다.

배기동 한양대 교수는 관련 유물을 사진으로만 접했다고 전제한 뒤 "인공적으로 조각하듯이 판 것은 틀림없다"면서 "큰 돌의 귀퉁이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파편이라 전체 모습을 본다면 얼굴 조각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얼굴로 보이지만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시대에 따라 혹은 개인에 따라 인식의 차이가 있을 수 있어서 한쪽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수양개유적은 충북대 박물관이 1980년 충주댐 수몰지역을 조사하면서 발견했으며 국내 최대 규모의 구석기시대 유적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는 얼굴 모양 돌조각이 나온 문화층과 동일한 지층에서 '눈금 새김 돌'이 발굴된 바 있다. 이 돌은 길이 20.6㎝의 규질사암 자갈돌에 0.4㎝ 간격으로 눈금 22개를 새긴 것으로, 연구원은 수나 단위 등을 기호화한 측량 도구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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