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초 교육부는 뜬금없는 인사를 했다. 교육부 김 모 대변인을 한국교원대 사무국장으로 전격 발령낸 것이다.
그러나 사무국장으로 전보된 김 대변인은 취임도 못했다. 교육부 대학정책과장 재직시 사학재단 인수와 관련해 뇌물수수혐의로 검찰에 구속됐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얼마나 일선을 우습게 봤으면 구속직전의 직원을 발령낼 수 있을까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준 사례다.
그런 일이 있은 후 한달여가 지난, 지난 5일 교육부는 또 하나의 ‘교육부다운 인사’를 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비밀 TF팀 오석환 단장을 대구부교육감으로 전격 발령낸 것이다. 충북대 사무국장이었던 오 단장은 교육부 명에 따라 충북대에 4주간의 출장을 내고 국정화 작업을 지휘한 인물이다. 출장목적은 ‘교육개혁추진 점검지원’으로 출장기한은 지난 3일까지였다. 교육부는 국정화 비공개 TF 해단과 동시에 그를 대구부교육감으로 발령냈다고는 하지만 ‘보은인사’라는 따가운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 관철하려는 심정은 이해한다. 따지고 보면 그들도 봉급쟁이요, 정권의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자리를 보전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렇더라도 허무맹랑한 거짓말로 국민을 무시하고 모욕해선 결코 안된다. 무지몽매한 충성은 나라 미래만 어둡게 만든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얼마전 교육부는 페이스북에 온라인용 만화인 ‘웹툰’을 올려 여론의 모진 역풍을 맞았다. 내용은 현행 검정교과서에 ‘주체사상은 인간중심의 새로운 철학사상’ 등이 실려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이 나라에 태어난 것이 싫다’, ‘부모님 세대들도 한심해’, ‘부끄러운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떠나고 싶어, 다 나쁘고 다 미워’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내용은 새빨간 거짓말, 자학개그 수준의 왜곡임이 곧 드러났다. 교육부가 지목한 금성출판사 교과서에는 ‘주체사상은 김일성 주의로 천명되면서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 및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동원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2011년 김정일 사망후에는 다시 그의 아들 김정은에 의해 3대에 걸친 권력세습이 이루어졌다’고 주체사상의 폐단을 비판하고 있다.
이에 앞서 교육부는 현행 일부 역사교과서에 유관순 열사 부분이 없어서 유관순을 모른다는 내용의 TV광고를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초등학교 4, 5학년 국어 국정교과서에 이미 유관순열사를 배우고 있어 거짓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홍보물은 오 국장이 단장이었던 국정화 TF팀에서 제작했다고 한다. 특히 이 TF팀은 전국 언론에 국정화 광고를 실으면서 충북언론만 배제, 충북인을 무시한 곳이다.
따라서 일각에선 비밀TF팀을 이끌던 오 국장이 충북대로 복귀할 경우 언론의 집중질타를 받을 것을 우려해 국정화 무풍지대인 TK(대구경북) 쪽으로 ‘피신’시킨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교육부는 거짓말이나 왜곡, 앞뒤 안맞는 비논리 등 비교육적 행태를 해서는 안된다. ‘교육부 스럽다’는 비아냥을 듣지 않으려면 중심을 잡아야 한다. 대한민국 교육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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