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석준 기자)요즘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선 인기 애니메이션을 공부해야만 한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들 녀석을 보더라도 도로를 지나는 경찰차를 ‘또봇C’로, 소방차와 견인차는 또봇R과 ZERO라며 옹알거린다. 또 공룡사진들을 보며 티라노사우루스는 ‘가브티라’로, 파라사우롤로푸스는 ‘파라사건’으로, 파키케팔로사우루스는 ‘붐팟키’등 멀쩡한 공룡이름을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으로 개명해 부르기 일쑤다.

심지어 물건의 모양이나 색깔 등도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기준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사내아이들의 경우 대부분 장래희망이 ‘파워레인저’나 ‘어벤저스’가 된지 이미 오래다.

얼마 전 집 앞 놀이터에서 무리지어 놀고 있던 꼬마들이 “워매~”, “알았슈~” 등 구수한 충청도사투리를 구사해 집에 계신 할아버지나 할머니에게 배웠나 싶어 피식거리고 웃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일본 애니메이션인 ‘요괴워치’에 나오는 ‘백멍이’(시골요괴)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한 것이었다. 또 카드를 대면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터닝메카드’ 시리즈를 서로 자랑하며 놀이삼매경에 빠져있는 아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과 게임 콘텐츠와 결합한 완구시리즈는 그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불경기인 요즘에도 오히려 품귀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자식을 위해선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려는 부모의 마음과 시리즈 장난감으로 매출을 극대화 시키려는 완구업체의 판매 전략이 잘 맞아 떨어진 결과일 것이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찾는 것은 어린 시절 지극히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훨씬 자극적인 영상과 놀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여러 부작용에 노출될 수 있다.

요즘 대부분의 아이들을 보면 TV나 스마트폰을 통해 습관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시청, 자칫 정서적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의 현명한 육아가 절실해 보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