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출신인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이 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단체교섭을 강행했다.
김 교육감은 이날 전교조 충북지부와 노사협의회를 갖고 기간제교사 및 특수교사에 대한 연구비·수당 지급 등 몇 가지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전교조의 지위는 이미 ‘법외 노조’로 되돌려져 교원노조법에 의한 단체교섭권 등이 없어졌기 때문에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것은 명백히 사법(司法)을 부정하는 불법(不法)이다.
교육부는 지난 7월 2일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간주해 단체협약과 단체교섭 등의 이행을 보류하라는 공문을 전국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낸 바 있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와 사용자 쌍방의 이해와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해 설치한 기구’로 교섭 활동의 하나로 분류된다.
그런데도 충북교육청은 이번 단체교섭과 관련, 회의의 명칭만 노사협의회일 뿐 실상은 정책협의회 성격을 띠고 있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교조가 법외 노조 판정을 받아 정식 단체교섭을 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임의단체와 갖는 정책협의회는 문제의 소지가 전혀 없다’는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 협의 내용은 누가 보더라도 정책협의회로 포장된 단체교섭의 성격이 짙다. 충북교육청은 “전교조는 노조로서 권리는 제한받지만 실체적인 교원단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교육청은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처분’과 ‘조합원 자격을 현직 교사로 제한하고 있는’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지난 5월 28일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헌재는 “해고된 교원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교원노조의 자주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해직 교원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일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합헌의 근거로 제시했다.
김 교육감의 최근 행보는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그는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와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원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는 이날 교육부 직원들의 출근 시간에 맞춰 ‘국정화 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반대합니다’와 ‘보육료는 공약대로 정부가 책임져야 합니다’라고 쓴 팻말을 들고 시위를 했다. 시위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충북교육계 수장이 ‘1인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학생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우려스럽다. 교육은 교과서로만 하는 게 아니다. 교육감직을 내우세고 한 행위로서는 경솔했다.
김 교육감이 '선거법 굴레'를 완전히 벗게 됐지만, 그렇다고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자유로운 처지는 아니라고 본다. 그가 비록 법적으로 직위 상실형은 면했지만, 벌금형 등 3개가 유죄로 인정됐다. 준법의식과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충북교육계 수장으로서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취임 직후부터 선거법 위반 혐의로 25번이나 법정에 서야 했던 김 교육감이 스스로 몸을 낮추지 않는다면 교육계의 민심 이반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진보 행보’도 좋지만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전교조를 지지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못한 조직 문화를 형성할 수 있고, 또 다시 불미스런 일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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