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묘순(편집국 기자 / 옥천지역담당)

▲ 김묘순(편집국 기자 / 옥천지역담당)

옥천에서 쌀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단단히 뿔 났다.
안면이 있는 아주머니를 ‘밥쌀수입 중단을 촉구하는 옥천군민 서명’ 전달 및 ‘쌀산업 근본대책 마련! 옥천 농산물 가격 보장’을 위한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장에서 만났다.
평소에 얌전하고 말수 적던 그녀는 ‘밥쌀수입을 저지해야 한다’고 말할 때는 성난 호랑이 같았다. 흡사 먹잇감을 앞에 둔 맹수의 눈동자를 하고 힘주어 말했다.
“더 이상 농촌의 미래는 없다”는 그는 “농사를 지어 자식들 대학 가르치던 시절은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젠 농사를 지어 자식들 대학은 커녕 손자 입에 알사탕 하나 물려줄 수 없다고 한탄한다.
논에 벼를 심느니 포도농사로 수익성이 좋은 시절도 있었다. 물론 키우고 적응하는 기간을 빼고 몇 년은 포도 농사도 흑자를 냈다. 이제 허리 좀 펼 수 있으려나 했더니 수입 과일과 당도가 더 좋다는 타 지방의 포도에 밀렸다.
소비자들의 입맛도 변했다. 거봉포도나 다른 작물을 심어야 하니 이제는 뽑아내라고 한다. 물론 적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농민들은 주요 작물을 바꾸어 경작하는 것은 애지중지 키운 자식을 버리고 다른 사람 자식을 데려다 키우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지금까지 갈고 닦은 농사법과 농사에 대한 우직한 믿음이 남의 자식을 데려와 버그럭 거리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땅에 우직하게 농사를 지었다는 40대 박씨는 요즘 울화통이 터진다. 진작 도시로 나가 공장 노동자라도 됐으면 FTA, TPP 가입은 남의 이야기로 지나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는 진작 결단을 못 내서 자식들 시골에서 옴짝달싹 못 하게 생겼단다.
어디에 대고 하소연 할 수 없는 농민들은 정치(인)에 화살을 돌렸다.
쌀과 농산물 가격 안정에 대한 입장과 대책을 세우라며 2016년 총선을 지켜보겠다고 한다. 연쇄적인 농산물 가격 폭락에 최저가격 보장 조례와 대책을 마련하라고 싸늘한 가을비가 내리는 길거리에서 서성이고 있다.
누가 이들을 밖으로 내몰았는지 씁쓸한 마음으로 취재를 마치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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