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백제 빙고(氷庫) 첫 확인…"15t 트럭 5대 분량 저장 공간"

▲ 구드래 일원에서 나온 백제시대 빙고. <문화재청 제공>

(부여=동양일보 박유화 기자) 부여 백마강변 구드래 일원과 서나성에서 각각 백제시대와 조선시대 얼음창고 유적이 한꺼번에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부여군과 백제고도문화재단이 지난 4월부터 발굴조사 중인 부여군 부여읍 구교리 일대에서 직사각형 얼음 저장 공간과 배수로 등을 갖춘 빙고 2개를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에 빙고 유적이 나온 지역은 일제강점기 제작된 특수지형도와 1998년 만들어진 지도에 '빙고리'(氷庫里), '빙고재'로 기록돼 있어 얼음창고가 존재했을 것으로 짐작됐다.

구드래 일원에서 나온 백제시대 빙고는 가로 7.2m, 세로 4.7m, 깊이 1.9m이며, 구덩이 바닥이 오목하게 설계됐다. 빙고 중앙부에는 얼음이 녹은 물이 바깥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배수로가 마련됐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배수로는 길이가 4.6m이고 너비와 깊이가 각각 0.7m로, 구덩이를 판 뒤 측벽을 세우고 덮개돌과 토기 조각을 덮어 관처럼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단은 그간 한성백제의 연기 나성리유적, 웅진백제의 공주 정지산 유적에서 빙고가 발굴된 적은 있으나, 사비백제의 빙고를 찾아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앞서 구드래 일원에서는 지난 9월 1동 2실의 건물터와 도로 흔적, 글자가 새겨진 기와 등이 출토되기도 했다.

백제시대 빙고에서 약 100m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빙고는 가로 16.4m, 세로 6.0m 규모다. 이번 조사에서는 일부만 발굴해 전체 면적은 더욱 넓을 가능성이 크다.

조선시대 빙고 또한 길이 17.3m, 깊이 0,4m의 배수로가 연결돼 있고, 배수로는 바닥과 측벽, 덮개를 돌로 마감한 형태로 드러났다.

이 빙고는 부여현이 설치된 15세기 초반부터 임진왜란 때까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홍성 오관리 유적에 있는 조선시대 빙고와 형태와 크기가 유사하다.

심상육 백제고도문화재단 책임연구원은 "서나성에서 나온 조선시대 빙고는 지붕 소재가 돌이 아닌 나무인 목조 빙고"라면서 "18세기부터 석빙고가 일반화되는 점을 감안하면 조선시대 빙고의 변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그는 "두 빙고는 약 천년의 시간을 두고 각기 만들어졌지만, 전반적인 구조가 흡사하다"면서 "15t 트럭 기준으로 백제시대 빙고는 5대, 조선시대 빙고는 10대 분량의 얼음을 채울 수 있는 크기"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굴 성과는 12일 오전 10시 현장 설명회를 통해 공개된다.

백제역사유적지구는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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