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음악대학서 '왕자와 크리스마스'…"젊은세대가 한일역사 공감했으면"

(동양일보) "적자를 보더라도 한국의 좋은 작품을 일본 아이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 한일관계가 껄끄러운 와중에 일본의 한 음악대학이 조선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이은·1897∼1970)을 소재로 한 한국 창작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기로 해 화제다.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에 위치한 쇼와(昭和)음악대학은 오는 12월 20일 오후 3시 학교내 오페라극장 '테아트로 질리오 쇼와'에서 창작 오페라 '왕자와 크리스마스'를 공연한다.

한국의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원 약 50명이 노래하고 연주는 쇼와음악대학 출신이 중심이 된 '테아트로 질리오 쇼와 오케스트라'가 맡는 한일 협연이다. 한국어로 공연하고 일본어 자막이 나온다.

영친왕은 열한 살 나이에 일본에 볼모로 건너가 일본 왕족의 일원이 됐다가 일본 패전후 한일 모두에게 사실상 버림받은 비극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왕자와 오페라'는 영친왕이 어린 시절 궁궐 밖에서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다룬 밝은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2010년 초연 이후 매년 '전석 매진'을 기록할 만큼 성공을 거뒀다.

한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정서가 그리 우호적이지 않고 일본내 한류붐도 많이 식었기에 '대목'인 크리스마스 시즌 공연작으로 한국 작품을 택한 것은 흥행면에서는 '리스크'가 적지 않았다.

더욱이 공연을 위해 합창단과 스태프 등 60명이 3박 4일간 일본에 체류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이번 작품은 매진이 되더라도 '적자'는 불가피하다고 쇼와음악대학 관계자는 전했다.

쇼와음악대학이 적자를 각오해가며 왕자와 크리스마스를 무대에 올리기로 한데는 한국과 오랜 음악 교류를 맺어온 이 대학 관계자의 의지가 있었다.

'왕자와 크리스마스' 대본과 곡을 쓴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 단장과의 친분이 깊은 이에야스 가쓰토시 쇼와음악대학 연주센터장은 "한류붐도 예전같지 않기에 한국 작품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몰려지는 않지만 작품이 좋기 때문에 일본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아이들이 공연하는 오페라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고 말했다.

쇼와음악대학측은 "일한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 아직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우수한 작품 및 합창단과 그 선구적인 시도를 일본에 소개하고 음악을 통한 양국 문화 교류 촉진을 도모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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