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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온전히 바친 춤‘태평무’로 최고 춤꾼 등극
청춘을 온전히 바친 춤‘태평무’로 최고 춤꾼 등극
  • 조아라 기자
  • 승인 2015.11.15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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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지영 벽파춤 연구회장 40회 전국전통예술 경연대회 대통령상 수상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딱 여기까지인가 싶었다. 길은 흐릿했고 안개도 자욱했다. 무용가로서의 입지를 굳히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벼랑 끝에 선 듯 위태로웠던 시간들. 그 속에서 헤매던 그를 다시 일으킨 건 청춘을 온전히 바친 춤, 태평무였다.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었어요. 춤이란 것이 수학처럼 답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언젠가는 기회가 주어지겠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요즘 사실 많이 힘들었는데 이렇게 좋은 결실을 맺으니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홍지영(46·벽파춤연구회장) 무용가가 지난 8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40회 전국전통예술경연대회에서 종합대상인 대통령상을 거머쥐었다. 무용·기악·성악 부문에서 최고의 기량을 겨루는 이 대회에 출전한 지 세 번째 만이다. 첫 출전한 2011년에는 종합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이후 2013년에는 예선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오랜 시간 공들여 온 끝에 얻은 성과라 그 열매는 더욱 달았다.

그는 이번 대회 본선에서 한영숙류 태평무를 선보였다. 한영숙류 태평무는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왕비의 마음을 담고 있는 춤으로 고 한성준 선생의 춤을 원류로, 고 한영숙 선생이 춤의 형식을 가다듬고 그의 제자 박재희 전 청주대 교수가 명맥을 잇고 있다.

다양한 장단과 독특하고 세밀한 발놀림, 절제된 호흡, 절도 있고 무게감 있는 춤사위 등을 내포하고 있어 춤꾼으로서의 기량을 유감없이 나타내고 있는 춤. 홍 무용가가 이 춤을 처음 접한 건 박재희 교수가 있던 청주대 무용학과에 입학한 스무 살 무렵이었다. 그의 춤꾼 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순간이었다.

그는 “박재희 교수님께서 워낙 이 춤으로 우뚝 서 계시기 때문에 아마 그 스승에게 꾸준히 배우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 수상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박 교수를 ‘생명의 은인’이라 불렀다. 지금까지 춤을 출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오롯이 박 교수로부터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했다.

“어떨 때는 너무 엄하셔서 눈물이 날 때도 있었어요. ‘이 정도면 만족하시겠지’하고 보여드렸는데 실수만 꼬집어 말씀하시면 너무 아팠어요. 그래도 그것이 저에게 재산이 됐어요. 춤의 반듯함, 건강함을 물려주신 교수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대학 졸업 후 인천시립무용단 단원으로 재직했던 당시에는 ‘이단아’로 불리기도 했다. 어느 순간 어떻게 추는지도 모르게 기계적으로 춤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고, 안주하지 않고 싶다는 생각에 서울 홍대 인근의 실험극장에서 공연을 갖기도 했다. 시립무용단원으로 재직 중 대학원에 입학, 한양대 체육학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창작과 전통을 넘나들던 그는 최근 전통춤으로 입지를 굳히기로 결심하고 전통춤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전통춤의 맥을 잇기 위해 (사)벽파춤연구회 회장을 맡아 매주 1회 이상 전국 각지의 무용가들과 함께 꾸준히 춤을 연습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전통춤 공연을 열고 태평무, 살풀이춤, 승무의 전승과 보급을 위해 노력한다.

“꾸준히 연습을 거듭하지 않으면 자칫 춤이 퇴색될 수 있어요. 한영숙 선생님만의 독특한 호흡이 있는데 그것은 지켜나가야 할 부분이거든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류, ~류 하는데 ‘류’는 함부로 붙이는 단어가 아니라는 생각이에요. 어떤 춤에 대해 깊은 연륜이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았을 때 ‘류’라는 말이 붙여져야 할 것 같아요.”

4년 전부터 대전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지난 15일 대전예술가의집 누리홀에서 홍지영무용단 12회 정기공연을 갖고 대통령상의 영광을 안겨준 태평무를 선보였다. 또한 이번 공연에서는 종묘제례악일무, 김수악류 진주교방굿거리춤, 천수바라춤, 벽파 소고춤 등을 무대 위에 올렸다. 한 스승 밑에서 꾸준히 전통춤의 계보를 잇고 있는 춤꾼들의 향연이 펼쳐진 행사였다.

“전통춤은 추면 출수록 굉장히 새롭다는 것을 제가 몸으로 느껴요. 혼자 느끼는 것이 굉장해요. 순서는 별 게 아니에요. 끊임없는 연습을 해야지만 전통의 깊이를 알 수 있는데 그 맛을 봤기 때문에 계속 춤을 출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어떻게 추느냐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추는가에서 전통춤의 생명력이 나오는 것 같아요. 매 순간 춤을 출 때마다 또 다른 것이 느껴져요.”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을 때까지 계속 춤을 추고 싶다는 홍 무용가. 생명력을 잃지 않는 춤을 추기 위해 꾸준히 정진할 터다.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만하지 않고 더욱 진중하게 춤추겠습니다. 제게 용기를 북돋워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며 오직 한 길만을 걷겠습니다.”

▶글/조아라 사진/고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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