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동

이 길 어디쯤 가면

허공(虛空) 깊은 파고든 뇌성(雷聲)

너의 장소 나의 시간

불빛 환한 고가(古家) 가는

전생(前生)의 눈길

내생(來生)의 솔길이여

 

여린 몸 소스라치며

숱한 이야기 오고간

헬레니즘의 길

어디서 밤새 기척하면

늙은 길 젊은 길 거쳐

동토(凍土) 지나고 있다

 

마음 미래에 두고

세월 그대로 속일지라도

적요로 시린 앞섶

살아가는 진액 간직한

노오란 프리지어 한 묶음

슬며시 건네주고 절룩절룩

골목길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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