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가 괴산군 소재 중원대의 무허가 건축비리 관련 준사법부 기능을 하는 행정심판위원회의 공정성 확보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검찰이 지난달 15일 충북도청을 압수수색한 것을 계기로 졸속 심리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행정심판위의 권위가 바닥으로 추락했다는 판단에서다.

충북도청은 1896년 개청 이래 119년 만에 처음으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와 관련 행정심판 업무를 책임진 충북도 법무통계담당관 김모 서기관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도 행정심판위원 명단을 제3자를 통해 중원대에 넘긴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로 입건됐다.

행정심판위 명단 유출에 관여한 충북도 별정직 공무원 김모씨도 피의자 신분이다.

지난 13일 도 행정심판위원을 맡았던 현직 변호사도 입건됐다. 검찰은 중원대 불법 건축에 대한 행정심판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청주지역 모 법무법인 소속 A변호사를 불구속 입건했다.

도 행정심판위가 지난해 12월 괴산 소재 중원대의 불법 기숙사 건축 관련 건을 심의하면서 부적절하게 대응했다는 비판과 함께 부정한 결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까지 쏠리는 상황이다. 도 행정심판위는 지난해 12월 중원대 손을 들어줬다.

건축허가 없이 건립한 중원대 기숙사를 철거하라고 명령한 괴산군의 행정 처분과 관련, 도 행정심판위는 건물 철거로 인한 손해가 너무 크다는 이유를 들어 이 처분을 취소토록 결정했다.

이후 중원대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행정심판위원 명단 유출이 확인됐고, 중원대를 변론하는 법무법인에 소속된 변호사가 당시 행정심판위원으로 참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원대 사건을 다룬 행정심판위 심리·의결 절차가 고작 2분 만에 끝낸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대학의 무허가 기숙사 철거 명령을 취소하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 치고는 논의가 졸속적, 형식적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도가 뒤늦게 행정심판위의 공정성을 강화하겠다고 부산을 떠는 이유다.

도 행정심판위는 상임위원장인 행정부지사를 포함, 전체 24명으로 구성돼 있다. 도는 현행법상 허용 범위인 30명이 꽉 차도록 위원을 추가 위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 중 8명이 매달 1차례씩 열리는 행정심판위 회의에 참석한다. 다른 시·도 역시 20명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지만 충북도는 위원을 최대 규모로 구성해야 이해 당사자인 청구인·피청구인 측 법무법인 변호사가 포함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행정심판 위원들에게 회의 일정을 통보하는 시점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위원장은 회의 개최 5일 전까지 회의 일시와 장소, 안건 등을 서면으로 위원들에게 통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행정심판 위원들이 문건 중심으로 심리·의결하는 만큼 판단에 착오가 없도록 현장 확인 등 증거 조사를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하며 행정심판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정부에 건의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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