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오늘의 주장) 대한민국은 과연 테러로부터 안전한가. 프랑스 파리에서 13일(현지시각) 최악의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해 최소 132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국내에서도 테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은 ‘테러 청정국’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IS(이슬람국가)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알카에다 등이 국제사회에서 테러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결코 안전지대일 수만은 없다.

이번 테러를 일으켰다고 자처하는 수니파 무장조직 IS는 한국을 미국이 주도하는 ‘십자군동맹’ 국가 중 하나로 포함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 테러조직 동조자가 국내에서 테러 예비 활동을 하거나 한국인이 테러 조직에 가담하는 일이 잇따랐다. 올해 초 IS에 가담한 김모군 외에 IS 가담을 시도하던 내국인 2명이 적발돼 출국 금지됐고, 사제폭탄을 만들 수 있는 원료를 국내로 밀수하려던 외국인 IS 동조자 5명도 국가정보원이 적발했다.

2014년 2월 이집트 시나이반도 이슬람 무장조직 ‘안사르베이트 알-마크디스’가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에 자폭테러를 감행해 3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당했고, 2012년에는 시나이 반도에서 성지 순례단 2명이 납치됐다가 석방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인을 상대로 한 테러가 끊이질 않고 있다.

2010~2015년 사이에 해외에서 발생한 97건의 테러로 한국인 6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이중 85.5%인 83건은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직접 테러였다.

이번 파리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IS의 활동 지역인 이라크를 비롯해 아프가니스탄·예멘·소말리아 등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일어났다.

이들 모두가 현지 진출 기업인과 교민, 여행객 등 불특정 다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시실을 직시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에서 테러방지 관련 법안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테러방지법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미국 9.11테러를 계기로 정부 주도로 처음 추진됐지만, 인권침해 논란 등으로 처리되지 못했다. 17·18대 국회 때도 관련 법안이 제출됐으나 야당의 반대로 폐기됐다. 19대 국회에도 관련 법안 5건이 제출됐지만, 여전히 심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 아직도 33년 전에 제정된 대통령훈령인 ‘국가대테러활동지침’에 의존하고 있어 현재 상태로는 체계적인 국가차원의 대응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관련 입법안을 비롯한 ‘테러방지’를 골자로 하는 법안들은 국가정보원에 ‘금융거래·통신이용 정보 분석’ 권한을 줄지 여부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회가 법안을 무작정 방치해 두고 있는 한 우리 국민은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당리당략이 국민의 생명보다 중요치 않다고 생각한다면 테러로부터 국민을 지킬 수 있는 법적장치를 하루속히 만들어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