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위스콘신대 연구팀

(동양일보) 미국 연구팀이 시험관에서 인간의 성대(聲帶)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성대 이식의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 의과대학 언어병리학자 네이선 웰럼 박사는 사람의 성대에서 채취한 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 성대의 모양과 기능을 갖춘 조직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AP통신과 헬스데이 뉴스가 18일 보도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성대는 실제로 소리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웰럼 박사는 밝혔다.

그의 연구팀은 먼저 환자 4명으로부터 암 이외의 이유로 절제된 후두와 사망한 사람 1명에게서 성대 세포들을 채취, 성대 모양의 콜라겐 조립모형(scaffold)에 발라 배양을 시작했다.

2주 후 성대 세포들은 성대모형과 결합해 자연 성대의 내막과 유사한 층을 형성하면서 정상적인 성대에서 만들어지는 것과 동일한 여러 단백질들 만들어 냈다.

연구팀은 이어 이 성대조직을 죽은 개의 후두에 이식한 뒤 이 조직 위로 따듯하고 습기가 있는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성대조직은 진동을 일으키면서 장난감 피리와 비슷한 소리를 냈다.

연구팀은 인간의 면역반응을 나타내도록 유전조작한 쥐에 이 성대조직을 이식해 보았다. 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각막 이식의 경우처럼 성대 이식도 면역반응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고무적인 신호일 수 있다고 웰럼 박사는 지적했다.

그렇다면 꼭 환자 자신의 성대 세포가 아니라 기증자의 성대를 조직은행에 냉동보관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써도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 연구결과에 대해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 음성센터실장 마이클 존스 박사는 성대손상 치료 분야의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성대조직을 사람의 후두에 이식했을 때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지, 거부반응은 나타나지 않을지가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사람의 목소리는 아주 복잡하고 교묘한 생물학적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다.

따라서 이식용 성대조직은 진동이 잘 되게 유연해야 하는 동시에 초당 최대 1천 번까지의 진동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튼튼하기도 해야 한다고 웰럼 박사는 설명했다.

인체에서 이러한 생명공학적 요구를 감당할 수 있는 조직은 성대말고는 없을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이 연구결과는 '사이언스 중개의학' 최신호(11월18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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