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 50여명 이상 군복 벗어…"재임중 가장 큰 업적"

"'내가 대통령 안 하면 안했지"'라는 생각으로 숙정 밀어붙였다"

베일에 쌓인 30조원 규모 전력증강 '율곡사업' 비리도 파헤쳐

 

(동양일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재임 중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군내 사조직 '하나회' 척결로 평가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 자신도 퇴임 후 회고록과 기자회견 등 공식, 비공식 자리에서 하나회 척결을 가장 큰 업적으로 꼽기도 했다.

하나회 척결 작업은 1993년 취임 10여 일 만인 3월 8일부터 3개월여 동안 파격에 파격을 거듭하며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3공에서부터 5공, 6공에 이르기까지 군내 막강 사조직으로 탄탄하게 뿌리를 내린 하나회 척결 작업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국민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3월 8일 하나회 출신인 김진영(육사 17기) 육군참모총장과 서완수(육사 19기) 국군기무사령관을 전격 경질했다.

통상 2년 임기를 9개월여 남겨둔 이들에 대한 인사 조치는 '숙군(肅軍)'의 신호탄로 받아들여지면서 군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두 사람의 제거는 군내 '성골(聖骨)'로 자리매김하면서 1980년 신군부 세력의 등장으로 최정점으로 치닫던 하나회 인맥 뿌리 뽑기로 직결됐다.

이어 한 달도 지나지 않은 4월 2일 6공 군부의 실세였던 안병호(육사 20기) 수도방위사령관과 김형선(육사 19기) 특전사령관이 전격 해임됐고, 엿새 뒤에는 2군, 3군사령관이 줄줄이 경질됐다.

이런 가운데 4월 2일 서울 동빙고동 군인아파트 일대에 하나회 명단이 적힌 '유인물'이 살포됐다. 현역 중장급인 육사 20기부터 중령급인 36기까지 각 기수 대표를 비롯한 기수 7~10명씩 134명의 하나회 명단이 적혀 있었다.

하나회 출신이 아닌 백승도(육사 31기) 당시 대령이 살포한 이 문건에 적힌 명단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그간 하나회 회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받아오던 군인들의 감정을 격앙시켰고 대대적인 군 수뇌부의 물갈이를 가져오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장군부터 영관급 장교까지 퍼져 있는 하나회 회원들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하나회는 군 인사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후 1998년 단행된 준장과 소장급 인사에서 육사 25기 하나회 출신들은 소장 진급조차 되지 않았고 4~5명의 명맥을 잇다가 지금은 완전히 청산됐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4월 미국 워싱턴D.C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당선된 후 미국이나 일본의 신문들이 모두 군인들과 동거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내가 대통령 안하면 안했지'라는 생각으로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그는 "참모들도 전부 놀라 '그러면 안 된다'고 했지만 그때 군 개혁을 하지 않았다면 국회도 지금처럼 성하지는 못할 것이다. 5년 치적 중 이것 하나만도 굉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대통령의 군 개혁작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979년 12월 12일 일어난 `하극상에 의한 쿠데타적 사건' 관련자인 군내 서열 1위의 이필섭 합참의장 등 장성 4명의 옷을 벗겼고 뒤이어 조남풍 1군사령관도 해임했다.

이어 베일에 쌓였던 30조원 규모의 전력증강사업(율곡사업) 비리에도 칼을 들이댔다.

이종구·이상훈 전 국방장관을 비롯한 김철우 전 해군참모총장, 한주섭 전 공군참모총장 등 전직 군 최고위 간부들이 방산업체 및 무기중개상 등으로부터 수억원에서 수천만원까지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되기도 했다.

12.12사태와 하나회 연루, 인사비리, 율곡비리 등과 관련해 전역 조치되거나 해임, 전보된 장성만도 50여 명에 이르며 김 전 대통령 취임 첫해 군단장급 62%, 사단장급 39%가 각각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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