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결단으로 70년간 서울 한복판 차지해온 일제 잔재 청산

▲ 1995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옛 조선총독부 건물인 중앙청사 첨탑을 해체하는 모습. 이는 김영삼 대통령 재임 중 업적 중 하나로 평가된다.

(동양일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주는 업적에는 조선총독부 청사 철거가 포함된다.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8월 광복절을 앞두고 '역사 바로세우기'를 위해 조선총독부 건물을 조속히 해체하라고 지시했다.

70년간 우리 땅에 버티고 있던 조선총독부 청사 해체는 문민정부 주요 사업으로 강력히 추진돼 결국 철거됐다.

광복 50주년이 되는 1995년 8월 15일에 중앙돔 해체를 시작으로 1996년 11월 13일 지상 부분 철거까지 모두 완료됐다.

경복궁 자리에 일제가 세운 조선총독부 건물은 광화문을 위압하고 청와대를 가로막은 채 대한민국 수도 한가운데를 떡 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일제가 한반도 식민통치를 위해 건립한 조선총독부는 1926년 완공됐다.

북한산에서 남산을 잇는 민족정기의 맥을 끊는 위치에 경복궁의 4분의 1을 허물고 식민통치기관이 들어서면서 한민족의 자존심은 무참히 짓밟혔다.

일제 지배의 총 본산이던 총독부 건물은 해방 후 대통령 집무실과 주요 행정부처 사무실로 사용되며 대한민국 권력의 심장부로서 기능을 하다 1986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개조됐다.

건물 주인도 일제, 미군, 대한민국 정부, 북한군을 거치는 등 네차례나 바뀌어 우리 민족의 험난했던 과거사를 보여준다.

총독부 청사 철거 논의는 이승만 대통령 집권 때부터 나왔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힘을 얻지 못했다.

한국전쟁 중에는 대한민국의 경제사정상 대규모 건물을 해체할 여력이 없었기에 흐지부지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중인 1991년에 경복궁 복원사업이 시작되면서 다시 이슈가 됐지만 역시 실현되지 못했다.

드디어 문민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조선총독부 청사 철거를 추진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치욕적 역사를 씻어내자는 측에서는 완전 철거를 지지했지만, 일각에서는 증거로 보존해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반면교사로 삼자고 주장하는 등 '완전철거론', '현상보전론', '이전복원론' 등이 맞섰다.

한편에서는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되던 총독부 건물이 철거되는 동안의 유물 관리 문제가 대두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광화문 세종로 1번지에 자리잡은 '일(日)'자형의 총독부 건물을 해체하지 않고는 민족 자존심과 정기를 회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밀어붙였다.

임기 중 철거하지 못한다면 총독부 철거를 내심 반기지 않는 세력들이 갖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하면서 또다시 흐지부지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김 전 대통령은 과감한 결단력과 뚝심으로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를 마무리함으로써 우리 역사 바로세우기에 큰 족적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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