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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통한 치유와 소통-51. 분노를 안으로 삭이지 말자
문학을 통한 치유와 소통-51. 분노를 안으로 삭이지 말자
  • 동양일보
  • 승인 2015.11.23 2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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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부인은 평생 은행원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하며 살았다. 남편은 상고를 나와 은행에 들어갔다. 성실하게 일하여 승진이 빨랐다. 동료들보다 먼저 몇 군데 몫이 좋은 지역의 지점장을 맡았다. 감원 바람이 불자 고속성장이 독이 되어 동료들보다 먼저 퇴출당하였다. 그의 나이 50대 중반이었다. 그는 집안에 틀어박혀 밥 먹고 텔레비전 보는 게 일이었다. 자식들 결혼 준비도 부인 혼자 힘으로 다 해냈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부인은 여기저기 몸에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자식들은 명절 때나 얼굴을 비칠 뿐 평소엔 전화 한 통 없다. 남편과 자식들에게 배신감이 들기 시작했다. 남편에게나 자식들에게나 말하기도 싫어졌다.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반감이 분노로 변한 씁쓸한 이야기다. 남편은 직장의 배반에 분노하고, 아내는 남편과 자식들의 배반에 분노한다. 분노를 삭이지 못해 부부가 다 마음의 문을 닫고 산다. 마음을 열지 못하니 우울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화를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안으로 삭이려고만 한다. 그런 날이 계속되면서 문제의 원인도 모른 채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다. 해결되지 않은 화가 독이 되어서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화를 안으로 삭일 때 그것은 우울증이나 자기 비난으로 표현된다. 그것은 과거에 대한 기억을 바꿔놓고 현실을 보는 관점을 왜곡한다. 화를 처리하지 않으면 분노가 된다.’(엘리자베스 퀴불러 로스 외/류시화, ‘인생수업’) 수 없이 반복되는 얘기지만, 현실에서 억압된 화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반드시 안정된 출구로 그때그때 내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화가 차곡차곡 쌓여서 미구에 화산처럼 폭발한다.

이 부부는 착한 게 문제이다. 마음이 착해서 자신 안에서만 화를 삭이려 하다가 스스로 희생자가 될 처지에 놓여 있다. 부부가 다 우울감에 빠져 있다. 자존감도 완전히 상실하였다. 겉으로는 둘 다 멀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독거노인 둘이 한 집안에 사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 외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둘 중의 한 사람을 선택하든 두 사람 모두를 선택하든 밖으로 끌어내야 한다.

우선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줄 다정하고 속 깊은 말벗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관심이 그들을 치유하는 지름길이다. 봉사란 아주 특별한 곳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내 주위 모든 사람이 봉사의 대상이다. 가장 쉽게 봉사자가 되는 길은 말벗이 되어주는 것이다.

글쓰기(저널치료) 또한 이 이야기의 부부처럼 내성적인 사람에게는 효과적인 치유 방법이다. 비밀노트를 마련해서 띄어쓰기 맞춤법 문맥 일체 무시하고 꿈 조각같이 떠오르는 분노의 감정을 용암이 폭발하듯 써 내려가는 방법이다. 총 쏘듯이 워드로 쳐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글쓰기를 자동기술법이라 한다. 이는 누구에게 속내를 털어내는 것보다 안전하다. 완전하게 비밀이 보장된다. 그리고 분노의 감정이 안전하게 분출된다.

<청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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