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자

배꼽 시집을 읽다가 잠이 사르르 와

책을 얼굴에 덮으니 책에서

나무 냄새가 나 따라 나섰다

누가 오라는 것도 아닌데 뒤엉켜버린

숲 속을 혼자서 숨 가쁘게 오른다

눅눅한 계곡에서도 자질구레

보랏빛 꽃을 피운 싸리나무

울창한 적송 사이를 지나

고된 시집살이에 옹이진 참나무 위에 맺힌

도토리를 먹으러 온 다람쥐의 약삭 빠른 몸놀림

숲 속을 헤적이며 재잘대는 그의 목소리

프린터기 뾰족한 바늘 끝에 닿은 영혼이 층층나무

갈피마다 하얗게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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