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천 정지용 생가 지붕 이엉이 내려앉아 흉측한 몰골로 서 있다.(왼쪽) 오른쪽은 마당으로 핏빛 짚물이 흘러 내리고 있다.

-지붕 갈무리 안 된 채 방치…핏빛 짚물 흥건
-건물안전 위험·지역 이미지 훼손 등 우려 커

 

(동양일보 김묘순 기자) “이렇게 엉망으로 관리하다니…”

지난 주말 옥천 정지용(1902~1950) 생가를 방문한 한국 문인협회 정모(65) 시인은 허술한 생가 관리에 말을 잇지 못했다.

옥천 정지용 생가의 지붕 이엉 처마부분이 벗겨지고 내려앉은 채 그대로 방치돼 있었던 것이다. 처마 이엉이 벗겨져 내려앉으며 지붕 뼈대가 밖으로 드러난 생가는 이날 내린 비를 그대로 맞고 있었다. 지붕 이엉에서는 핏빛의 짚물이 그대로 떨어져 마당을 가로지르며 흉측한 광경을 보였다.

정 시인은 “관리가 너무나 허술해 놀랐다”며 “이렇게 엉망으로 관리하려면 반영구적으로 사용가능한 다른 재료로 지붕을 얹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눈살을 찌푸렸다.

 

‘향수(鄕愁)’의 시인으로 한국 현대시의 큰 봉우리인 정지용의 생가가 고향 옥천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다.

지붕 이엉이 내려앉은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옥천군은 전혀 관리에 손도 대지 않고 있다. 밖으로 드러난 지붕 뼈대가 비를 계속 맞으면 목재 건물인 정지용 생가가 썩어 뒤틀어지고 기둥 훼손 등 안전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옥천읍 주민 A(60)씨는 “한 달 이상 계속된 상황이나 (군은) 전혀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이곳을 관리하는 옥천군은 현재까지 보수를 하지 않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지용 생가에 대한 허술한 관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지역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지난해 이곳에선 ‘귀신소동’이 벌어졌다. 정지용 생가를 방문한 여학생들이 “토방에서 피가 떨어진다”며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당시 확인 결과 그날 내린 비로 핏빛 짚물이 토방에 흘러내리며 생긴 해프닝이었고 옥천군 관광과 직원들이 토방을 닦아내느라 수선을 떨기도 했다.

올해도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주민은 물론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정지용 생가를 찾는 관람객이 매년 늘어나는 상황에서 옥천의 이미지 훼손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옥천군 관계자는 “처마 이엉의 경우 빠른 시일에 준비해 27~28일께 지붕을 다시 얹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근 전 옥천문화원장은 “관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군은) 지용제 때나 잠깐 관심을 둘 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96년 7월 30일 준공한 정지용 생가는 옥천의 대표적인 관광자원 중 하나로 주말이면 수백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이다. 가을을 맞아 부쩍 늘어난 관광객들이 정지용은 물론 옥천군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는 대표적 볼거리여서 군의 적극적인 보수·관리가 요구된다.

<옥천 김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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